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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없는 성탄절…계란 대란 직격탄 빵집·분식집 ‘한숨’

케이크없는 성탄절…계란 대란 직격탄 빵집·분식집 ‘한숨’

입력 2016-12-20 14:52
업데이트 2016-12-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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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한판 6천605원, 1주일 전보다 11%↑…김밥에서 계란지단 빠져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둔 제빵·분식업계가 사상 최악의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에 따른 계란값 폭등의 직격탄을 맞은 채 한숨짓고 있다.

계란 판매 ’1인1판’ 제한
계란 판매 ’1인1판’ 제한 AI(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에 따른 계란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대형 할인점 롯데마트가 20일부터 계란 판매 수량을 제한했다. 20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코너에 ’1인1판’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웃돈을 주고도 계란을 구하기 어렵자 현장에서는 가격 인상, 메뉴 변경, 대체재 마련 등 고육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계란 대란’이 가시화되자 이례적으로 산란용 닭과 계란 수입 추진에 나섰다.

20일 경기 파주 류재은베이커리에는 비상이 걸렸다.

평소보다 케이크와 카스텔라가 많이 팔리는 크리스마스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장 중요한 재료인 계란 수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수급을 늘려야 할 대목이지만 하루 100판 들여오던 계란이 전날에는 90판으로 오히려 줄었다. 그나마 다른 베이커리보다 규모가 커서 사정이 나은 편이다.

류재은(51) 기능장은 “1~2주 사이에 한판 도맷값이 3천원에서 6천원으로 올랐다”며 “당장 빵 가격은 못 올리고 있지만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충남 천안 뚜쥬루 베이커리는 직원 대부분이 빵 굽기를 제쳐놓고 계란 구하기에 들어갔다. 가격 인상도 문제지만 선불에 웃돈을 주고도 계란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윤석종 전무이사는 “지난달에 비해 계란값이 50%나 올랐다”며 “3개 분점에서 하루에 수백 판씩 쓰는데 가격 인상보다 더 걱정되는 게 계란을 구하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대전 일대에서 5개의 제과점을 운영하는 제빵사 한용규(59)씨도 시름이 깊다.

이번 주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케이크 제작에 들어가 평소 하루 50판이던 계란 소요량이 두 배가 넘는 100∼150판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씨는 “케이크에는 일반 빵보다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미 예약을 받은 케이크 값을 올릴 수는 없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내년 초 가격 인상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며 “무엇보다 물량의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동네빵집들은 대형 제빵업체와 주변 빵집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영숙(57·여)씨는 “계란값 때문에 빵값을 올려야 이윤이 남는데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장사를 해온 탓에 그러기가 쉽지 않다”며 “최소 200원은 올려야 하지만 주변에 경쟁 빵집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분식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에 280여 개의 매장을 갖춘 한 유명 분식업체는 당장 내일부터 서울·경기권 매장 120여 곳의 계란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업체 관계자는 “오늘까지는 계란 공급량이 되는데 내일 공급량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며 “공급 문제가 지속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김밥에 들어가는 달걀지단을 유부로 대체하고 계란라면을 메뉴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흥가에서는 대표 안주인 계란말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콩나물국밥의 별미인 수란을 내놓지 않는 콩나물국밥집도 하나둘 늘고 있다.

학교 급식은 이미 계란이 적게 들어가는 식단으로 바뀌고 있다.

경남 지역에 급식 자재를 납품하는 한 업체 측은 “일주일에 보통 100판 정도 쓰는데 지금은 절반 이상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며 “학교 측에 식단 조정을 요청했고 액상계란으로 최대한 대체하고 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롯데마트 등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이날부터 계란 판매 수량을 ‘1인 1판(30알)’으로 제한하고 가격을 추가 인상하는 등 계란 대란 조짐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계란(특란) 한판(30개)당 소매 가격은 6천605원으로 1주일 전(5천954원)보다 11% 상승했다.

AI로 도살 처분된 산란계(알을 낳는 닭)가 같은 날 기준으로 전체 사육 마릿수의 17.8%인 1천243만8천 마리에 달해 계란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긴 것이 계란값 폭등의 주된 이유다.

상황이 심각하자 정부는 그동안 계란을 수입한 사례가 거의 없음에도 계란과 산란용 닭의 수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AI 발생국으로부터는 산란용 닭이나 계란 수입이 불가하므로 현재 시점에서는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수입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AI 확산 정도와 계란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수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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