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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안전지대 없다” 동물복지농장 첫 감염…방역 ‘속수무책’

“AI 안전지대 없다” 동물복지농장 첫 감염…방역 ‘속수무책’

입력 2016-12-20 14:12
업데이트 2016-12-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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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인증제 도입후 첫 발병…‘위생 1번지’ 유기축산물 농장도 당해

지난달 16일 전남에서 처음 신고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역대 최고 속도로 번지면서 전국의 오리와 닭 사육 농가들이 초토화되고 있다.

한 달여 만에 2천만 마리에 육박하는 가금류를 ‘생매장’하게 만든 AI는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확산했다.

축산농가들은 “닭과 오리를 모두 살처분해야 AI가 끝나는 것 아니냐”며 공포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방역 당국 일부에서는 “AI가 이미 통제 수준을 벗어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AI 안전지대’로 꼽혔던 동물복지 축산농장과 유기축산물 인증 농장에도 AI가 덮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012년 동물복지농장 제도가 도입된 이후 AI 걸린 동물복지농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충북 24곳, 강원 8곳, 16곳 등 전국적으로 100여 곳이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맹위를 떨치며 수많은 닭과 오리를 제물 삼아 ‘역대 최악의 AI’로 불린 2014년에도 동물복지농장은 AI의 안전지대였다.

그러나 올해 안전지대가 허물어졌다.

20일 충북 음성군에 따르면 지난 12일 삼성면 홍모씨의 동물복지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산란계 1만3천 마리를 키우는 이 농장의 닭 20여 마리가 폐사했고, 간이검사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와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동물복지농장은 일반 양계농가와 사육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다.

축산법에 따르면 산란계를 기준으로 닭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은 A4 용지(0.062㎡) 한 장도 되지 않는 0.05㎡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케이지로 된 닭장에 갇혀 사육되고 있다. 날개를 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자란 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케이지 내의 배설물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할 수 있다. 내성도 약해져 전염병이 유입되면 삽시간에 번지게 된다.

동물복지농장은 사정이 다르다. 최소 사육 면적은 한 마리당 0.14㎡다. 톱밥이 깔린 바닥에서 생활하고 닭이 올라앉을 수 있는 홰도 설치해 놓았다. 닭이 톱밥을 몸에 끼얹어 기생충 등을 털어내는 ‘모래 목욕’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자연 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이런 조건에서 기른 닭은 상대적으로 전염병 등의 내성이 강해진다.

사료부터 유기인증을 받은 제품을 쓰는 등 철저한 위생관리 체계를 갖춰야만 하는 유기축산물 농장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은 음성군 생극면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도 지난 13일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최근 AI 확진 판정을 받아 7천여 마리의 닭이 살처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AI 청정지대’로 꼽혔던 동물복지농장과 유기축산물 인증 농장들이 올해는 AI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전국 100여 곳의 동물복지농장, 90여 곳의 유기축산물 농장 가운데 음성지역 외에는 추가로 AI가 나오지 않았으나 이제는 안심할 수 없다.

방역 당국이 AI 전파 경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 과정에서 방역 당국의 늑장대처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홍씨는 “지난달 24일부터 3㎞ 방역대에서 잇따라 AI가 발생했는데도 살처분 작업이 지연됐다”며 “이 과정에서 주위로 퍼진 분진으로 우리 농장도 AI에 감염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11월 27일 AI가 발생한 인근 농장의 경우 살처분이 지난 6일에야 시작돼 16일까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인근 지역으로 퍼졌다는 것이 농가들의 주장이다.

살처분이 늦어지는 동안 AI가 더 번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홍씨 농가 살처분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2일 의심 신고가 됐으나 7일 뒤인 지난 19일부터 살처분이 시작됐다. 이 살처분도 홍씨가 직접 한 것이다.

홍씨는 “방역 당국이 AI 발생 신고를 받고도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직접 업체를 불러 어제야 살처분을 시작했다”며 “당국의 늑장 대응과 관련해 행정소송을 낼 예정이며, 필요하면 형사소송도 검토하겠다”고 강하게 불만을 터트렸다.

음성군의 한 양계 농민은 “다행히 우리 농장의 닭들은 AI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동물복지농장까지 AI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생각하면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듯하다”며 “언제 AI가 습격할지 몰라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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