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얼어붙은 소비심리 서서히 살아나

[세월호 참사 1년] 얼어붙은 소비심리 서서히 살아나

입력 2015-04-06 15:10
업데이트 2015-04-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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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애도 분위기가 경기하강 국면과 겹쳐 내수업종 큰 타격전문가들 “부정적 영향 작년말로 끝나”…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 필요

세월호 참사는 단기적으로 경제 부문에도 상당한 충격파를 던졌다.

성장이 정체 조짐을 보이던 상황에서 전국이 깊은 애도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세월호 침몰로 직격탄을 맞은 연안해운업계는 물론이고 항공, 여행·관광, 유통, 요식업 등 내수 산업 전반에 걸쳐 주름살을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보였던 것은 공교롭게도 당시 상황이 경기하강 국면이 진행되던 때와 겹친 탓도 있었다.

◇ 함께 울어버린 여행·관광·요식업종

전 국민을 충격과 비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로 시름에 잠긴 분야는 무엇보다 관광, 요식업계 같은 서비스업종이었다.

실제로 레저업 부문의 신용카드 승인액은 세월호 참사 이전(4.1∼4.15일)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했으나 참사 직후(4.16∼4.30일)에는 -3.6% 감소세로 급격히 돌아섰다.

불황 흐름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이던 요식업은 세월호 참사 이전(4.1∼4.15) 12.7%에서 참사 직후(4.16∼4.30) 7.3%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이런 여파로 작년 2분기의 경제성장률은 0.5%로 급락했다.

분기 성장률이 2012년 3분기 0.4%에서 2013년 3분기 1.1%까지 상승세를 타다가 4분기에 0.9%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작년 1분기에 1.1%로 반등했지만 재정 조기집행의 효과가 컸다. 3월 들어 소비 및 설비투자가 침체하면서 경기선행지수 등의 지표에서 이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강세로 돌아서는 시기에 세월호 참사가 하락국면을 한층 가속화시킨 셈이다.

그러나 3분기 성장률은 0.8%로 반등해 지표상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뒤 세월호 여파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펼친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같은 긴급처방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낸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전에 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경기악화를 가속화시킨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작년 3분기에 경제가 개선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4분기에는 0.4%의 저성장세로 다시 돌아섰다. 내수부진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실탄’이 떨어지고 대외적인 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 충격에선 벗어났지만 지갑은 안 열린다

우리 경제는 세월호 참사로 받은 단기적인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다른 내외부적 요인으로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올 1월의 전체 산업생산은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2월 들어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설 효과를 고려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물가는 최근 2개월간 담뱃값 인상효과를 덜어내면 실질적으로 뒷걸음질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살아나 다소나마 기대를 부풀리고 있기는 하다. 특히 저유가, 저금리, 원화 약세 등 ‘신(新) 3저’ 흐름이 우리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란 낙관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는 우리 경제에 단기적으로 큰 충격을 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은 작년 말 전에 다 없어졌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세월호 직후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세월호 참사와 직접 연관지을 순 없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돈 쓰기를 주저하고 있다.

올 1∼2월 백화점 전체 판매액은 작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고, 대형마트 등 전체 소매업 판매액은 3천300억원 정도 줄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타격이 가장 컸던 관광과 숙박업계의 올해 업황 전망도 불투명한 분위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월호의 충격에서 벗어났음에도 여전히 소비가 부진한 것은 소비자들이 저성장국면에 진입한 경제상황을 인식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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