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우리 사회 무엇이 바뀌었나

[세월호 참사 1년] 우리 사회 무엇이 바뀌었나

입력 2015-04-06 15:10
업데이트 2015-04-06 15:1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초기대응강화·제도개선 방안 하나 둘 시행…안전 불감증은 여전

세월호 참사이후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후속 담화를 중심으로 부처별 ‘종합안전대책’을 쏟아냈다.

그 정점에는 옛 안전행정부의 안전본부와 해양경찰청을 흡수해 국가안전 ‘사령탑’으로 출범한 국민안전처가 있다.

국민안전처는 합참차장 출신으로 작년 말 취임한 박인용 장관을 중심으로 조직정비를 완료하고 지방의 재해위험지구를 돌며 재난안전관리체계의 확립과 안전의식의 확산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안전처 출범에 따른 변화를 아직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안전처 스스로도 역할에 대한 개념 정립이 명쾌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안전관리 허점이 드러나고 당국이 뒤늦게 백화점식 대책을 남발하는 행태가 세월호 이후에도 되풀이되는 양상도 종식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 판교의 환풍구 추락사고나 광역버스 입석금지 논란은 우리 사회 구성원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 해양·선박 안전 강화 ‘세월호 후속법’ 오는 7월 시행

해운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작년 9월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지난 2월에는 ‘연안여객선 운영체계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를 법제화한 해운법, 선원법, 선박안전법 개정안 등 이른바 ‘세월호 후속법’은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여객운송사업자가 고의나 중대과실로 대형 해양사고를 내면 다시 면허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되고, 선박이 위험에 처했을 때 인명구조 조처를 다하지 않은 선장은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선원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이 생겼다.

교육부는 교육 과정의 안전을 총괄하는 교육안전정보국을 신설하고,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수상안전교육도 하도록 했다.

2018년부터 시작하는 교육과정에는 안전교육을 대폭 강화해 초등학교 1·2학년에는 ‘안전생활’ 교과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는 안전단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안전처는 출범 전부터 현장 초동대응체계를 새로 짜는 데 집중했다. 전국 어디서든 육상 30분 이내, 해상 1시간 이내 현장 도착을 목표로 119구조대를 늘리고 해양특수구조단을 확대 개편하는 계획을 세워 이행 중이다.

◇ 기존 노후 유람선·연락선 운항금지 8년 후 효력

쏟아진 대책 중에는 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도 많다.

수상구조사 자격을 신설하고 심해잠수 훈련시설(심해잠수훈련센터)을 설치하는 내용의 수난구호법 개정안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된 채 법안심사 한 번 받지 못했다.

유람선과 도선(연락선)의 선령을 제한하는 ‘유선 및 도선 사업법’은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유예기간 1년을 거쳐 내년에 시행된다.

운항을 금지하는 선령(船齡)을 몇 년으로 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더욱이 내년 2월 법 시행 전에 운항 중인 선박은 앞으로 7년간 계속 운항할 수 있도록 단서를 붙였기 때문에 현재 영업 중인 유·도선에 선령 제한이 적용되기까지는 8년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해상안전을 제고하기 위해 안전처 출범 후 본부 인력을 43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고, 해상교통관제센터(VTS) 300명 등을 포함해 현장인력을 600명가량 늘렸지만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해경안전본부 관계자는 “전국의 해경안전서 파출소와 출장소만 330곳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증원으로는 일선에서 느끼는 인력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인명피해를 일으킨 범죄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에 따라 법무부는 가중처벌 특례법을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성과가 없다.

대형 인명사고를 낸 범죄자에게 최대 징역 10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고, 여러 명의 인명피해를 냈을 때 각각의 죄에 따른 형을 더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례법은 작년 7월 법안소위에 상정된 후 ‘감감무소식’이다.

◇ “안전처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 필요”

안전처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담화에 따라 국민의 기대를 받고 탄생했다. 옛 안전행정부 안전본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이 합쳐진 안전처는 차관급 3명을 포함, 정원 1만39명을 둔 ‘거대조직’으로 출범해 육·해상 재난대응과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출범 4개월밖에 안 된 짧은 기간 속에 안전처는 우리 사회의 재난안전관리를 혁신할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전국 각종 시설물과 승강기, 놀이시설 등 86만여 건에 대해 4월 말까지 일제 안전점검을 벌이는 ‘국가안전대진단’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처 창설 이후 “달라진 게 무언지 모르겠다”는 실망 섞인 반응도 나온다.

안전처는 “개별 사안을 수습하는 것은 소관 부처의 일이며, 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시스템 전반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이 안전처의 역할”이라고 해명하지만, 스스로 아직 존재 이유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전처가 이러한 비판을 받는 것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도개선의 성과를 보여줄 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안전관리 허점 → 재난발생 → 뒷북 대책’의 패턴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난관리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수재난실장 등 주요 보직 인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방기성 안전처 안전정책실장은 “재난의 종류를 미리 예상하고, 각 재난이 터졌을 때 어떻게 자원을 집결시켜 최선의 대응을 할지 계획을 짜고, 계획에 따른 훈련을 하는 것이 재난관리”라면서 “우리나라에는 이런 역할을 하는 전문가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 시민·업계 여전한 ‘안전 불감증’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안전의식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생활 곳곳에서는 ‘안전 불감증’이 남아 있고, 안전에 대한 의식이 다시 무디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광역버스 입석 논란과 판교 환풍구 추락 참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월호 이후 경기도는 대표적인 위험요소로 거론돼온 입석버스를 제한한다고 발표했지만, 출퇴근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사실상 입석을 허용했다. 이용자들도 입석 금지 필요성에 찬성하다가도 막상 불편을 겪자 자치단체에 화살을 돌렸다.

작년 10월 16명이 숨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행사 주최 측의 관리 부실과 시민의 안전의식 부재가 빚어낸 참사였다.

또 지난달 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용인 교량상판 붕괴사고에서는 각종 참사를 겪고도 고쳐지지 않는 일부 건설현장의 관행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공사 현장에서 사용돼선 안 되는 자재가 사용되는가 하면, 설계도면과 달리 옹벽과 상판이 동시에 타설돼 동바리(거푸집 지지대)에 과도한 하중이 쏠려 교량이 붕괴됐다.

학계에 따르면 방재 선진국의 경우 불가항력적인 자연재난에 따른 피해와, 관리를 했다면 예방 가능한 사회재난의 피해가 8대 2의 비율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반대에 가깝다.

이를 바꾸려면 전문가들은 재난관리의 네 단계 중 ‘대응’과 ‘복구’에만 치우친 투자를 예방과 대비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압축 성장기에 구축한 각종 인프라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방재학회 회장인 정상만 공주대 교수는 “노후 하수관과 부실한 지반공사로 인해 도심 곳곳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 같은 현상이 대표적인 위험신호”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평소 재난·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하거나 규정을 어긴 기관은 엄중한 책임을 물고 손해를 본다는 원칙이 확립되지 않으면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