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아물지 않은 상처 …유족들은 진상규명 요구

[세월호 참사 1년] 아물지 않은 상처 …유족들은 진상규명 요구

입력 2015-04-06 15:11
업데이트 2015-04-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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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바다에서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여객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오는 16일로 1년을 맞는다.

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사진은 지난 3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상징적 공간이 된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걸린 추모 깃발들이 바닷바람에 삭아 찢기는 등 쓸쓸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  연합뉴스
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사진은 지난 3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상징적 공간이 된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걸린 추모 깃발들이 바닷바람에 삭아 찢기는 등 쓸쓸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
연합뉴스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고대하던 온 국민의 간절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11일 수색 종료시까지 안산 단원고 학생 246명을 포함해 295명이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단원고 학생과 교사 및 승객 등 9명은 아직도 실종상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꽃다운 나이의 어린 학생들과 무고한 승객들의 대규모 희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은 충격과 비탄에 빠졌고, 후진국형 인재에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 참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온 단원고 학생 등 생존자들과 유족들은 1년이 다되가는 현재에도 당시 끔찍했던 기억에 시달리며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참사 1년이 되어감에 따라 사고 당시와 비슷한 감정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게 심리적·신체적·행동적 반응으로 나타나는 ‘기념일 반응’ 현상에 시달리는 사례도 많다.

검찰은 2014년 10월6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우선 세월호가 선사측의 무리한 증톤(톤수 늘리기) 및 과적으로 선박의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상태에서 조타수가 키를 잘못 조정해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한 것으로 파악했다. 감사원도 같은해 10월10일 발표한 최종 감사결과에서 선사인 청해진 해운이 변조한 정원 등을 그대로 받아들여 증선을 인가한 인천항만청의 부당인가와 한국선급의 복원성 검사 부실 수행 등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다.

허용범 검·경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장은 이준석 선장 등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월호가 1년 넘게 인천∼제주를 계속 운행했다는 자체가 요행 중 요행이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사고 직후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선사인 청해진해운 임직원,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 구조 과정의 위법행위, 해운업계 구조적 비리 등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돼 399명을 입건하고 이중 154명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해 40일간 더 검거작전을 벌일 만큼 검·경의 수사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이준석 선장은 1심에서 징역 36년,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이사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현재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단죄도 계속되고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는 횡령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는 등 유씨 일가에 대한 재판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경영 비리의 핵심으로 꼽힌 차남 혁기씨는 해외에서 여전히 도피 중이며 장녀 섬나씨도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등 관련자 소환작업은 진도를 못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보상·배상, 국민안전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그리고 범죄자의 재산 환수를 통한 피해자 지원 등 참사의 재발을 막기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 결과 참사 발생 205일 만인 지난해 11월 7일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1월19일 공포됐다.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도 참사 271일만인 지난 1월 12일 통과됐다. 정부는 배·보상 절차에 본격 착수해 단원고 학생 250명에 대해 평균 7억2천여만원, 교사 11명에 대해 10억6천여만원의 배상·위로금이 각각 지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침몰한 세월호 선체의 인양 여부도 주목되는 사안중 하나. 정부는 이달말께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의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여론조사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께 인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6일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나면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선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인양 가능 여부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유족·전문가 의견·여론 수렴 등 공론화’를 전제로 하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선체인양에 대해 ‘적극적 검토’라는 언급을 내놓은 것으로 실제 정부가 ‘세월호 인양’ 쪽으로 방침을 굳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동시에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그동안 아픈 가슴을 안고 산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도 시작됐지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검경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지만 유가족들은 사고 초기부터 수색이 종료될때까지 구조·수색은 왜 그토록 무능했는지, 정부 대응은 얼마나·어떻게 미숙했는지 등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여야간, 정파간 갈등은 두드러졌고,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기소권 부여 여부 등은 정쟁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수사·기소권을 요구하는 46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고, 유가족들은 광화문 광장 농성, 안산 합동분향소-진도 팽목항 도보 행진 등으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특별조사위가 설치돼 지난 3월 5일 이완구 총리로부터 정식 임명장을 받고 같은달 26일 인천 제1부두에 정박 중인 세월호의 쌍둥이선 오하마나호를 현장 조사하는 등 활동에 나섰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특조위와 정부는 파견 공무원이 특조위 내부문건을 청와대와 정부, 여당, 경찰에 부당 유출했다는 의혹 등으로 마찰을 빚어왔고 해양수산부가 특조위의 정원을 90명으로 축소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결국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특조위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고 행정부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시킬 의도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방조달청 내 특조위 임시사무실을 사용중인 특조위는 오는 13일 중구 저동 나라키움 빌딩에 마련된 신청사에 정식 입주한 뒤 15일에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식과 함께 청사 현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이후 무능함으로 비난받은 해경이 해체되고 그 기능이 ‘재난안전 사령탑’ 국민안전처로 흡수되는 등 정부의 재난구조 시스템에 대한 대수술도 이뤄졌다. 우리사회의 재난안전관리를 혁신할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전국 각종 시설물과 승강기, 놀이시설 등 86만여 건에 대해 4월 말까지 일제 안전점검을 벌이는 ‘국가안전대진단’도 전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장성 요양병원 화재, 판교 공연장 환풍구 추락, 의정부 아파트 화재 등 대형 사고는 계속 이어졌고,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대목에서 국민은 여전히 고개를 내젓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많은 국민들은 충격에서는 벗어날지언정 어처구니없는 안전 불감증이 남긴 ‘반면교사’의 교훈까지 잊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16일 직후 온국민이 모았던 애도의 기운을 대한민국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새롭게 출발하는데 쏟아부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년의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부족함은 없는지, 새로이 필요한 제도는 뭔지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감시하고 궁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노후 산단·항만 지역·도심 가스배관 등 곳곳의 ‘위험’ 요소들을 철저히 제거하며, ‘대충대충’에서 벗어나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3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우리 모두 공감하고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명동성당에서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무죄한 사람의 희생에 대한 책임이 어느 누가 없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진상 규명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진실규명은 보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라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무죄한 이들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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