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현장의 학생들 “공사강행 해야 하나요”

밀양 송전탑 현장의 학생들 “공사강행 해야 하나요”

입력 2013-10-01 00:00
수정 2013-10-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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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 온 광명 ‘볍씨학교’ 학생들 4일까지 주민들과 동행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 같아요.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를 하는데 공사를 강행해야 하나요?”

1일 오후 경남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마을 765㎸ 송전탑 건설 예정지.

경찰과 대치한 주민들 사이에는 중학생 또래의 학생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대안학교 ‘볍씨학교’ 학생들이다.

볍씨학교 학생들은 매년 이맘때 농촌봉사활동(농활)을 하는데 이번에는 송전탑 공사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밀양을 찾았다.

이번 농활에는 학생 25명과 교사 2명이 동참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1일 오전부터 2개 조로 나눠 주민들과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애초에 송전탑 공사 때문에 밀양으로 온 것만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공사 재개를 두고 공권력 투입이 예정되자 볍씨학교 학생들과 교사들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윤재향(36·여) 교사는 “농촌 일손을 도우러 왔는데 상황이 갑자기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고 어떻게 전개되는지 직접 보고 느끼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밀양으로 오기 전에 수업과 토론을 하면서 정부, 한전, 주민 등 각각의 입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 간에도 송전탑 공사에 대해 찬성과 반대 견해가 엇갈렸다.

그런데 현장에 와 본 결과 공사 강행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변했다고 입을 모은다.

촛물 문화제만 봤다는 최규성(15)군은 “이런 곳은 처음인데 학교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며 “힘없는 주민들이 공사 강행을 겨우 막고 있는데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공사를 강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공사를 강행해야 하나?”고 되물었다.

볍씨학교 학생과 교사들은 오는 4일까지 현지 주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갈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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