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자위권 역풍 맞은 아베, ‘북풍’으로 돌파하나

집단자위권 역풍 맞은 아베, ‘북풍’으로 돌파하나

입력 2014-07-03 00:00
업데이트 2014-07-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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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월 北 납치자 조사결과 통보 시점에 아베 방북 가시화 가능성

일본이 3일 북한의 납치문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기로 것은 납치 피해자 송환을 계기로 북일 간 ‘빅딜’에 나설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 발사라는 ‘도발 카드’를 빼든 직후임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제재 해제를 신속히 결정한 것은 집단 자위권 강행에 따른 민심 이반을 납치문제 진전을 통해 수습하겠다는 국내정치적 계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한중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대북 제재 해제를 발표했다는 점과 맞물리며 대일 압박의 연대전선을 펴는 한국과 중국에 ‘견제구’를 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납치조사특위 어떻게 구성됐나

북한의 특별조사위 구성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직할 기관으로서 북한의 모든 기관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이어야 한다는 일본 측 요구를 충족시켰다는 게 아베 총리의 판단이다.

위원회는 서태하 국방위원회 안전 담당 참사 겸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위원장, 김명철 국가안전보위부 참사와 박영식(또는 박용식) 인민보안부 국장이 부위원장을 각각 맡고,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인민무력부 등의 간부들이 참여하는 등 총 30명 규모로 꾸려졌다. 북한 최고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로부터 북한의 모든 기관을 조사할 수 있고, 필요시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것이 북측의 설명이다.

위원회 내부는 납치피해자(책임자: 강성남 국가안전보위부 국장), 행방불명자(박영식 인민보안부 국장), 일본인 유골문제(김현철 국토환경보호부 국장), 2차대전 종전 전후 북한에 잔류한 일본인 및 북송된 재일 조선인의 일본인 배우자(리호림 조선적십자회 사무총장) 등 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됐다.

이들 4개 분과위원회는 동시에 병렬적으로 조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북한은 늦여름 또는 초가을에 1차 조사결과를 일본 측에 통보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일본 관계자와의 면담, 일본 기관이 가진 자료 공유 등을 시행하고, 조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적절한 시점에 일본 측 관계자를 받아들일 용의도 있다고 북측은 밝혔다.

◇북한의 1차 조사결과 통보 시점이 중대 고비

5월 말 북일 스톡홀름 합의에 입각해 일본은 북측 특별위원회의 조사가 개시되는 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북한 국적 보유자의 원칙적인 입국 금지, 방북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간부의 원칙적인 재입국 금지, 일본 국민에 대한 방북 자제 요청 등 인적왕래 관련 제재 해제, 또 인도적 목적의 북한국적 선박(만경봉호 제외)의 일본 입항 금지 해제, 대북 송금 관련 규제 완화 등을 정식 결정한 뒤 곧바로 이행에 들어간다.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일본의 제재 때문에 북한 방문을 못하고 있던 허종만 조선총련 의장이 8일 열리는 김일성 주석 20주기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된 만큼 허 의장의 방북이 성사되면 북일관계 진전의 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북일 협상의 중대 고비는 북한이 1차 조사결과를 내 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8∼9월 무렵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조사결과 새롭게 확인된 납북 피해자 등 생존자들을 귀국시키겠다고 지난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약속한 만큼 북한이 1차 조사결과를 일본 측에 통보하는 시점에 납북자들을 데려오기 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북 문제가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베 총리의 연내 방북이 실현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적지 않은 북한 전문가들은 일본인 납치 문제의 민감성, 외국인에 대한 북한의 특별관리 관행 등으로 미뤄 이번 조사가 사실상 요식행위라고 보고 있다. 이미 파악한 상태에서 일본이 대가로 취할 조치들에 보아가며 차례로 결과를 내 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부인하긴 했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미 1일 베이징 북일 국장급회담에서 북측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일본인 명단을 제시했다고 3일 보도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결국 북한은 수출입 전면금지를 포함한 일본의 독자적 대북제재 전면 해제, 인도적 지원, 북일국교정상화 협상 재개 등 일본이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최대한 끌어내는 카드로 납치 문제를 활용한다는 목표 아래, 1차 조사 결과 통보 이전까지 일본과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북일관계 전문가인 박정진 쓰다주쿠(津田塾) 대학 국제관계학과 조교수는 향후 북일협상 진전의 중대 변수로 조선총련 본부건물 경매 문제와 1차 제재 해제 대상에서 빠진 만경봉호 등 북한 선박의 전면적인 일본 입국 허가 문제를 꼽았다.

박 교수는 특히 일본 기업에 넘어가게 됐던 경매 절차가 일본 대법원에 의해 일시 중단된 총련 건물 문제와 관련, “북한은 납치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협상을 2002년 중단된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 재개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 대사관 역할을 하는 총련본부 건물은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의 거점이 될 곳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의 ‘단독 드리블’ 어디까지

아베 총리가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3일 대북 제재 해제를 발표한 것은 동북아 헤게모니 다툼과 관련해 내포하는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최근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한 상황에서 제재 해제를 강행한 것은 북한과의 갈등이 길어지는 한국, 중국을 제친 채 북한과 독자적으로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 및 동북아 외교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속내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더불어 지난 1일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강행한 이후 집단 자위권 반대 여론이 과반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견고하게 50%대를 유지해온 내각 지지율이 최근 복수의 조사에서 40%대로 떨어지자 납치 문제 진전을 통해 내각에 대한 지지를 회복하려는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대북 협상이 자국민 납치라는 절박한 인도적 현안을 목표로 하는 만큼 당분간 한국과 미국도 ‘예의주시’하는 수준의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외무성 부대신은 2일(현지시간) 방문지인 워싱턴에서 미국 관리들로부터 대북 제재 일부 해제에 대해 이해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1차 납치 조사결과를 내 놓고 그에 따라 일본이 자국민 송환을 위해 북한에 실질적으로 북한의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는 2단계 제재 해제 또는 지원을 검토할 때가 되면 대북 공조를 놓고 관련국 간에 본격적인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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