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 트럭, 좁은 시장 골목 150m 돌진… 페달 오조작 가능성도

1t 트럭, 좁은 시장 골목 150m 돌진… 페달 오조작 가능성도

강남주 기자
입력 2025-11-13 22:27
수정 2025-11-1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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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장서 2명 사망·19명 중경상

60대가 몰던 트럭 장보던 시민 덮쳐
피할 곳 없는 좁은 통로 탓 피해 커
지병 모야모야병 원인 가능성도
“사고 목격 뒤 손 떨려 장사 못 해”
경찰, 긴급체포… 영장 신청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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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 55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A(67)씨가 몰던 1t 트럭이 상점 앞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나 트럭이 치워진 상점 앞에 옷가지 등이 널브러져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10시 55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A(67)씨가 몰던 1t 트럭이 상점 앞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나 트럭이 치워진 상점 앞에 옷가지 등이 널브러져 있다.
연합뉴스


경기 부천의 한 재래시장에서 60대가 몰던 1t 트럭이 장보기에 나섰던 주민들을 치어 2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3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이 시장 상인 A(67)씨가 몰던 1t 트럭이 갑자기 돌진했다. 트럭은 빠른 속도로 시장 통로에 있는 매대와 장을 보던 시민들을 잇따라 치었다.

트럭은 150여m를 주행했고 다른 점포를 들이받은 후에야 멈췄다. 운전석 앞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이 사고로 70대 여성 1명과 중국 국적 60대 여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또 중상 9명, 경상 10명 등 19명이 다쳤다. 이 시장 통로는 트럭 1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아 인명피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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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시장 입구와 인접한 곳에서 났다. A씨는 이날 자신의 가게 앞에 트럭을 대고 물건을 내린 후 트럭을 다른 곳에 주차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는데 약 20m를 후진한 다음 갑자기 앞으로 튀어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로 시장은 아비규환 현장으로 변했다. 상점 앞에 내놓은 매대가 차에 부딪혀 속옷들이 이리저리 흩날렸고, 생선가게 냉장고 유리는 깨져 장사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상인들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하고 있다. 한 상인은 “사고 현장을 목격한 후에 가슴이 벌렁벌렁해서 아직도 손이 떨린다”며 “장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집 주위에서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나 착잡하다”며 “다친 사람들이 빨리 치료돼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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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제일시장서 트럭 돌진… 2명 사망·19명 부상
부천제일시장서 트럭 돌진… 2명 사망·19명 부상 13일 오전 10시 55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A(67)씨가 몰던 1t 트럭이 통로로 돌진해 인명사고를 낸 뒤 점포를 들이받고 운전석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채 멈춰 있다. 이 사고로 70대 여성 1명과 중국 국적 60대 여성 1명이 숨졌고 중상 9명, 경상 10명 등 19명이 다쳤다.
부천소방서 제공


경찰은 우선 A씨가 페달을 오조작한 것으로 본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최근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20년 3만 1072건에서 지난해 4만 2369건으로 30%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으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남성은 앞서가던 마을버스를 추월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그대로 시장으로 돌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A씨의 지병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도 대두된다. A씨 아내는 사고 당시 “남편은 수년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이 병은 뇌혈류가 부족해지거나 뇌출혈이 발생하는 게 원인인데 팔, 다리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사고 차량이 출발 과정에서 급가속한 장면을 확인했다”며 “A씨의 페달 오조작이 사고 원인으로 보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 차량 검사를 의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치료받을 만큼 다치지 않았고 음주 상태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며, 추가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2025-11-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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