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80% 감염되지만…검진·백신으로 철벽수비

HPV 80% 감염되지만…검진·백신으로 철벽수비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5-04-05 17:46
업데이트 2015-04-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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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젊은 여성 주의보

자궁은 임신·출산과 매우 밀접한 소중한 장기지만, 각종 오염에 취약하고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질병에 걸릴 수 있는 민감한 장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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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관련 질병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자궁경부암은 국내 여성 발병률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고, 특히 15~34세 젊은 여성의 암 발생 순위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세계적으로는 2분마다 1명씩, 국내에서는 하루에 3명씩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대표적인 여성암이다.

지난해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에서는 22만 4177건의 암이 발생했는데, 이 중 ‘0기 암’으로 불리는 자궁경부 상피 내암을 제외한 자궁경부암은 3584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1.6%를 차지했다. 여성 암 중에서는 7번째로 많다. 인구 10만명당 조(粗)발생은 7.1건이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26.5%로 가장 많고, 이어 50대가 22.2%, 30대가 15.9%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35세 미만 자궁경부암 환자가 꾸준히 느는 추세다. 국립암센터의 지난해 암 검진 수검행태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 자궁경부암 환자 발생률은 1990~19992년 평균 6%에서 2005~2006년 11.3%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령이 젊을수록 암 전이 속도는 빠르다. 전체 환자 수는 최근 수년째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질병인 셈이다. 그러나 많은 여성이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사를 미루고 있고, 국내 예방접종률은 10%대에 머무는 등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자궁경부암의 가장 큰 원인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다. 상피 내 종양의 90%는 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며, 성경험이 있는 여성의 10명 중 1명이 감염되었을 정도로 매우 흔한 바이러스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HPV는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 번 정도 감염된다고 한다.

역학 연구에 따르면 16세 이전에 일찍 성관계를 가진 여성,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 여러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배우자를 둔 여성일수록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성관계가 많을수록 HPV에 감염될 가능성이 더 증가하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지만, 이 바이러스가 반드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HPV의 70~80%는 저위험군 바이러스로, 인체 표피에 사마귀만 만들고 1~2년 이내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소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고위험군 바이러스(HPV 16, 18, 32, 33 등)는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을 일으키고, 이 중 일부는 자궁경부암으로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PV 16·18형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70%를 일으켜 가장 경계해야 할 고위험군 바이러스다.

예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HPV 백신을 18~26세까지 맞으면 자궁경부암을 80% 정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2013년 전국 예방접종률 조사를 보면 19∼59세의 HPV 백신 접종률은 12.6%에 그치고 있다. HPV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 비싸서다. 백신접종비용이 1회 접종에 18만원, 3회 접종에 54만원이나 된다. 정부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내 승인된 HPV 백신인 ‘가다실’과 ‘서바릭스’는 모두 HPV 16·18형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다. 여기에 가다실은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저위험 유전형 HPV 6·11형에 대한 항체도 생성한다. HPV 6형과 11형으로 발생하는 생식기 사마귀는 콘돔과 같은 피임기구로는 예방이 어렵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 40여 개국이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정한 상태며, 세계보건기구(WHO)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 통제센터(CDC)도 11~12세 사이에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성인은 백신을 3차례 맞아야 항체가 형성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2차례 맞아도 효과가 있다.

2013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에 적극적인 접종 권장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도록 권고하면서 국내에서도 논란이 일었지만, 이상반응과 백신과의 연관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지자체에 대한 후생노동성의 조치는 백신을 맞은 여성 6명이 전신 통증을 보이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보이자 인과관계 규명을 위해 잠정적 중단을 권고한 것이지, 백신 자체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접종 자체를 중단하라고 권고한 게 아니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연평균 4000여명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매년 1000여명, 하루 평균 3명의 환자가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만큼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보다 자궁경부암을 미리 예방하는 게 효용성이 더 크다고 조언한다.

담배 역시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높인다. 해외 연구자료에 따르면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 비해 자궁경부암에 걸릴 위험이 1.5~2.3배 쯤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은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클라미디어(성병의 하나) 감염, 과일과 채소의 섭취가 적은 식이, 장기간 경구피임약의 사용, 낮은 사회경제 수준 등도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5-04-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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