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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는 날? 미루는 날!… 기사들, 뒷감당이 두렵다

택배 없는 날? 미루는 날!… 기사들, 뒷감당이 두렵다

김주연 기자
김주연, 이현정 기자
입력 2020-08-13 22:08
업데이트 2020-08-1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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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휴가 시작… 17일 재개

“쏟아질 물량 걱정되지만 우선 쉬고 싶어”
시민들 “주말·야간 배송 지양할 것” 응원
‘직고용’ 기반 쿠팡·마켓컬리 등은 불참

정부·주요 업체 ‘택배 쉬는 날’ 정례화
택배연대노조 “과로사 방지 대책 미흡
업무 종료시간 제한 안 해 업체에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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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롯데·한진 등 대형 택배사들이 14일을 ‘택배없는날’로 정하고 휴무를 갖는다. 사진은  ‘택배없는날’ 하루 전인 13일 경기 광주 CJ대한통운 곤지암 물류창고 내 컨베이어 시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물류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롯데·한진 등 대형 택배사들이 14일을 ‘택배없는날’로 정하고 휴무를 갖는다. 사진은 ‘택배없는날’ 하루 전인 13일 경기 광주 CJ대한통운 곤지암 물류창고 내 컨베이어 시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택배기사인 김명수(55·가명)씨는 ‘택배없는날’인 14일부터 사흘간 여름휴가를 냈다. 3년 만에 갖는 단비 같은 휴식이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여서 연차 휴가가 없다. 몸이 아프거나 가족여행을 가려면 동료에게 물량을 부탁하거나 하루 수십만원을 주고 다른 배송차량을 구해야 했다. 김씨는 “휴가 때 그동안 미뤘던 심장병 검진과 시술을 받으려고 입원한다”면서 “연휴 끝나고 밀린 택배 물량 쏟아질 걸 생각하면 아득하지만 일단은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와 택배업계는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지정하기로 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지정된 택배 노동자 쉬는 날을 정례화하기로 한 것이다. 8월 14일이 공휴일과 중복되면 대체 휴일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 등 주요 택배사, 한국통합물류협회와 함께 택배 노동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택배 물량은 매년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택배 업무는 오는 17일 월요일부터 재개되지만 14일 배송되지 못한 물량을 고려하면 평소보다 배송이 하루이틀 늦을 것으로 보인다. 물량이 폭주할 수 있다는 점도 택배기사들에겐 부담이다. 그럼에도 택배기사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지난 1일 시작한 ‘#늦어도괜찮아 챌린지’ 캠페인이 한 예다. 경남 김해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최연석(33)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택배 기사님 감사합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이라고 택배상자에 적은 사진을 올렸다. 최씨는 “앞으로도 주말 배송이나 쿠팡처럼 야간 배송을 하는 업체는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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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롯데·한진 등 대형 택배사들이 14일을 ‘택배없는날’로 정하고 휴무를 갖는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의 한 빌라 복도에 택배 기사에게 전하는 메모와 음료수가 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물류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롯데·한진 등 대형 택배사들이 14일을 ‘택배없는날’로 정하고 휴무를 갖는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의 한 빌라 복도에 택배 기사에게 전하는 메모와 음료수가 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와 택배업계는 심야 배송도 되도록 줄이고 택배기사에게 적정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체 인력을 활용해 아프거나 경조사가 있을 때 택배노동자가 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택배노동자의 휴식을 위해 근로자휴양콘도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 택배노동자 건강상태 점검,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 등도 약속했다. 쿠팡 로켓배송, SSG닷컴 쓱배송, 마켓컬리 등은 택배없는날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 업체 배송원들은 직접 고용돼 평상시 휴가 사용이 가능하다.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쉬는 날’ 정례화를 환영하면서도 과로·과로사 방지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택배노동자 9명이 사망했고, 그중 7명은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택배연대노조는 이날 경기 광주 CJ대한통운 메가허브곤지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 종료시간 제한, 당일배송 강요 금지 등 과로사를 해결할 방안을 고용부와 논의하고 있었는데 이런 내용은 공동선언문에서 제외됐다”면서 “정부가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 대책을 외면하고 택배사에 면죄부만 줬다”고 반발했다.

서울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0-08-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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