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학원비라도… 생계형 ‘파트타임 맘’의 비애

애들 학원비라도… 생계형 ‘파트타임 맘’의 비애

입력 2012-11-07 00:00
수정 2012-11-0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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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는 저임금… “좋은 일자리? 아줌마는 꿈도 못꿔”

20년 전만 해도 중견 무역회사 총무파트에서 일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결혼·출산·육아로 잠시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5년 뒤 다시 일하고 싶었지만 돌아갈 일터가 없었다. 7년이라는 경력도 소용없었다. ‘서른 살 넘은 아줌마’를 쓰겠다는 곳은 없었다. 임시직을 전전하다 2년 전 간신히 찾은 일자리가 ‘파트타임 약국 경리’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엉덩이 뗄 시간도 없이 꼬박 10시간을 일해도 손에 들어오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다.

그래도 고등학생인 아들 학원비라도 보태자는 생각에 군말 없이 하고 있다는 정모(48·여·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6일 “대선 후보들이 여성을 우대하고 (취업에서의) 나이 제한도 없앤다고 하는데 딴 나라 얘기 같다.”고 털어놓았다. “애 키우는 엄마들은 파트타임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다.”는 고백이다.

생계형 ‘파트타임 맘’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파트타임 기혼 여성 근로자 수는 2002년 8월 42만 4000명에서 올 3월 94만 3000명으로 2.2배 늘었다. 40대 이상 중·고령 기혼 여성들은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23만 5000명에서 75만 8000명으로 10년 사이 3.2배나 늘었다.

일자리의 질은 더 악화됐다. 이 기간 기혼 여성들의 저임금 근로 비중은 40.2%에서 58.1%로 늘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저임금 비중은 더 커졌다. 올 3월 기준으로 20대 여성(25~29세)의 저임금 파트타임 비중은 37.2%인 반면 60세 이상은 81.4%다. 정성미 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배우자의 소득이 불안정해져 2차 소득자 역할을 해야 하는 여성이 많이 늘어났지만 이미 육아·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돼 (이들 여성의) 노동 가치가 시장에서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파트타임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취업 사유를 조사한 결과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39.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 생계형이라는 얘기다. ‘근무시간 조절 가능’ 등 시간제 근로의 취지에 충실한 응답은 6.9%에 불과했다. 푼돈 벌이라도 아쉽다는 응답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25~29세는 19%에 그쳤고, 40~44세는 23.8%, 50~54세 45.3%, 60세 이상 57.6%였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2-11-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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