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임기 연연하지 않겠다”

자승 스님 “임기 연연하지 않겠다”

입력 2012-05-26 00:00
수정 2012-05-2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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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입장 표명… “새달초 쇄신안 발표”

‘승려 도박 사태’ 이후 공식적인 발언을 피해 왔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25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처음 밝혀 주목된다. 조계사 대웅전에서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과 ‘승가공동체 회복과 종단 안정을 위한 108배 참회정진’을 한 자리에서다. 따라서 자승 스님이 입장 정리를 마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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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승려의 억대 도박 의혹을 폭로한 성호(왼쪽) 스님이 2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조계사 관계자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성호 스님은 이날 자승 총무원장과 명진·원혜·도법 스님 등 4명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종단 사정기관인 호법부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뉴스 1
조계종 승려의 억대 도박 의혹을 폭로한 성호(왼쪽) 스님이 2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조계사 관계자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성호 스님은 이날 자승 총무원장과 명진·원혜·도법 스님 등 4명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종단 사정기관인 호법부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뉴스 1
자승 스님은 이날 오전 24개 교구본사 주지들과 참회정진을 마친 뒤 인사말을 통해 “재임에 관심이 없으며 남은 임기에도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승 스님은 그러면서 “도박 추문 등 각종 악습과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쇄신안을 6월 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되 먼저 이번 사태를 정리하고 보자는 의중이 압축된 표현이란 게 불교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자승 스님이 불쑥(?) 입장 표명을 하고 나선 것은 최근 총무원장 사퇴에 대한 종단 안팎의 직간접적인 요구가 급물살을 탔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수경 스님을 비롯한 수좌 스님 10명이 자승 스님과 집행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게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24일 출범한 ‘사부대중 연석회의’(연석회의)를 비롯한 불교 시민사회단체의 압박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경하다.

연석회의는 일단 청정 승가 회복과 투명한 사찰 운영 제도 확립을 통한 재발 방지와 쇄신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총무원장이 종단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면 용퇴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쇄신 운동에서 총무원장 사퇴 운동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불교 13개 단체로 구성된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연석회의에 조만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날 자승 총무원장의 입장 표명은 총무원장과 새로 출범한 집행부, 그리고 지도층이 이번 사태 이후 줄곧 견지해 왔던 입장과는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총무원장 즉각 사퇴’는 아니지만 점진적 해결안을 찾아보자는 쪽으로의 선회다. 실제로 불교계에선 ‘부처님 오신 날’ 이후 모종의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온다.

한편 성호 스님은 이날 오후 2시쯤 자승 총무원장 스님과 명진, 도법, 원혜 스님을 호법부에 고발하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이를 제지하는 조계사 종무실장을 폭행해 경찰에 연행됐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05-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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