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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가능한 일본> 아베 ‘脫전후’ 1단계 완료…다음은 개헌

<전쟁가능한 일본> 아베 ‘脫전후’ 1단계 완료…다음은 개헌

입력 2014-07-01 00:00
업데이트 2014-07-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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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자위권 관철은 ‘소국주의’서 아시아 대국주의 전환 의미아베 독주 견제세력 부재’전쟁포기’ 평화헌법 개정 호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정권이 1일 집단 자위권을 용인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하기로 함에 따라 아베 총리의 최대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의 1단계 절차가 사실상 완료되게 됐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여건이 성숙되는대로 ‘해석 개헌’이 아닌, ‘명문 개헌’의 2단계 개헌을 정조준할 것이 분명하다.

8년 전 1차 집권(2006.9∼2007.9) 때 하지 못했던 ‘통한의 과제’였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미국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작년 말 뜻을 이뤘다.

아베 총리는 올 3월 국회 답변을 통해 “(현행) 헌법 자체가 점령군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나는 전후체제를 탈피해서 현재의 세계정세에 맞도록 새로운 일본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전후제제’란 2차대전 패전 후 일본을 점령통치했던 연합군총사령부(GHQ)가 일본에 도입한 민주주의 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현행 ‘평화헌법’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 헌법에는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국제공약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아베 정권이 올해 국내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설치, 무기수출 3원칙 폐기, 방위계획 대강 재개정 등은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과 함께 전수방위와 평화주의를 이념으로 해온 전후 안보 체제에서 탈피하기 위한 일련의 행보다.

아베 정권이 2013년 12월 각의 결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일본이 전후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만든 국가 전략이다.

이와 함께 자위대의 집단 자위권 행사는 일본이 타국과의 외교교섭에서 ‘무력행사’(전쟁)를 협상 수단으로 갖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의 전후 정권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대항하는 아시아 대국을 지향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본 내 호헌 세력들은 아베 정권이 새로 제시한 안보 이념인 ‘적극적 평화주의’는 일본의 전후 외교안보 노선이 ‘소국주의’에서 ‘군사대국주의’로의 전환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에서 개헌문제가 제기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일본의 보수 우익 세력은 현재의 헌법이 패전 후 연합국의 강요로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정치, 경제, 군사 대국으로 성장한 독립국 일본의 역할과 국제 안보 상황의 변화에 걸맞은 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개헌은 오랫동안 집권 자민당의 당시(黨是)였으나 개헌 발의에 필요한 국회의원 세력 확보가 어려웠던 데다 주변국의 반발과 국내 파장 등을 우려, 일본의 역대 정권들은 개헌 문제를 대놓고 공론화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골수 개헌론자인 아베 총리는 달랐다. 그는 2006년 1차 집권했을 때도 ‘전후체제 탈피’를 내걸고 개헌을 밀어붙이다 지지율 하락을 자초, 1년 만에 퇴진했다.

그런 그가 권토중래 끝에 5년 후인 2012년 말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들고 나온 게 바로 국회의 개헌 발의요건을 정한 헌법 96조 선행 개정 주장이었다.

아베 총리는 작년 2월 국회에서 “국민이 헌법을 바꾸려고 해도 3분의 1을 조금 넘는 국회의원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문제”라고 96조 개정 추진의 운을 뗐다.

1차 집권 때의 뼈아픈 실수를 살려 ‘평화주의’를 명기한 헌법 전문과 전쟁포기, 전력보유ㆍ교전권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9조 2항 개정의 지론을 일단 접고 중·참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돼 있는 개헌 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완화하는 편법 전략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96조 개정론은 자민당과 개헌지지 보수세력 내에서조차 ‘뒷문 입학’ ‘사도(邪道) 개헌’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이 반대하면서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아베 총리로서는 이번에야말로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못다 한 개헌의 꿈을 실현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일본 정계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2016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를 중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 승리함으로써 중·참의원의 개헌 발의 장벽을 일거에 뛰어넘어 명문 개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야당을 포함해 중·참의원 3분의 2 찬성을 확보하기 쉽고 국민 모두가 찬성할 수 있는 헌법 항목을 먼저 개정, 국민의 개헌 기피 정서 등을 일단 누그러뜨리고 9조를 겨냥한 본격 개헌에 나서는 방안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아베 정권이 작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민주당의 개헌파 등을 포함할 경우 3분의 2를 잠재적으로 이미 넘었다는 분석도 있다.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는 2015년 9월이다. 아베 총리는 현재와 같은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면 내년의 당 총재 재선을 거쳐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처럼 장기 집권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개헌은 그리 멀지 않은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현재 자민당 내 ‘보수본류’ 온건파들이 아베 총리의 독주에 대해 아무런 견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다 일본유신회, 다함께당 등은 무늬만 야당일뿐 자민당의 들러리를 서온 지 오래다.

제1 야당 민주당은 집단 자위권 문제를 놓고서도 당내 의견이 엇갈려 사실상 ‘밀실 합의’나 다름없는 자민·공명당의 연립 여당 협의 과정에서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와타나베 오사무(渡邊治) 히토쓰바시(一橋)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명문개헌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일본의 대국화 지향과 그 수단을 확보하고 ‘전쟁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정적인 집단 자위권 행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의 의도대로 헌법 9조가 개정돼 평화헌법이 형해화되면 일본은 ‘전쟁포기’에서 ‘전쟁을 하는 보통국가’로 바뀌게 된다.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들이 전후 끈질기게 시도해온 ‘전후 총결산’ ‘전후 체제의 전환’이 완성되는 셈이다.

그다음은 ‘미일동맹’의 정치, 군사적 종속 관계에서 탈피해 ‘대등한 미일관계’를 추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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