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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정권의 집단 자위권, 일본을 어떻게 바꿀까

아베정권의 집단 자위권, 일본을 어떻게 바꿀까

입력 2014-05-15 00:00
업데이트 2014-05-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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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함께라면 전쟁가능한 나라’로 변모…전후체제 탈피 첫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15일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공식화한 것은 결국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향한 행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일로 평가된다.

집단 자위권이 유엔 헌장에 보장된 주권국가의 권리임에도 2차대전 패전국 입장에서 수용한 평화헌법 때문에 행사할 수 없도록 해온 것을 이제 다른 국가들처럼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는 ‘전후체제 탈피’의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이번에 아베 총리가 개헌 대신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한 헌법 해석 변경만으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려 하는 데 반대의 목소리가 상당한 것도 전후 약 70년간 이어온 일본의 안보 정책을 일대 전환하는 이번 사안의 무게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베 정권은 앞으로 연립여당 내부의 협의를 거쳐 늦어도 올가을 임시국회 개원 이전에 헌법 해석을 변경,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함께라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 집단 자위권은 동맹국 등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아베 내각은 ‘방치할 경우 일본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필요최소한도’로 행사한다는 입장 아래 일본의 민간 선박이 항행하는 외국 해역에서의 기뢰 제거, 유사시 일본인을 수송하는 미군 함선에 대한 자위대 함선의 호위, 공해상에서 공격을 받은 미국 함정 방어 등을 집단 자위권 행사가 필요한 사례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미국과 함께라면 지구 어디서든 싸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집단 자위권에 반대하거나 신중론을 펴는 이들의 지적이다. 개헌을 통해 헌법책에서 전력보유와 교전권을 부정한 9조를 지울 경우 명실상부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고 치면 집단 자위권 행사의 단계에서는 ‘미국과 함께라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셈이다.

또 아베 정권은 이번에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과 함께 ‘집단 안보’와 ‘그레이존(회색지대, 경찰과 자위대 출동의 경계에 있는 사안)’ 사태 관련 법제 정비를 제시했다.

집단 안보와 관련, 일본 자위대는 20여 년간 해외파병을 계속해왔지만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서의 무력사용을 포기’한다는 헌법 9조에 입각, 스스로 활동에 제약을 부과해왔다.

이번에 아베 정권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등에 함께 종사하는 타국 부대에 대한 긴급 경호, 후방지원 등은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이 같은 입장이 연립여당(자민·공명당) 협의에 이은 각의 결정을 통해 확정되면 일본은 PKO 활동 등에서 한층 적극적인 실력 행사가 가능해진다.

또 일본의 영해에 침입한 잠수함이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 무장집단이 낙도에 상륙한 경우 등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레이존’ 상황에서 지체없이 자위대를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집단 자위권 추진의 속내는 = 왜 지금 집단 자위권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본 정부 요인들은 중국의 해양진출 가속화와 군비증강,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등에 의한 안보환경 변화를 거론해왔다. 그중에서도 센카쿠를 둘러싸고 심각한 긴장관계에 있는 중국의 위협을 특히 강조해왔다.

센카쿠 유사시에 중국에 대항하고, 평시에 대중(對中)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일동맹을 공고히 해야 하고, 그러려면 미국과 함께 싸울 수 있는 집단 자위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아베 정권의 입장인 셈이다.

또 유일 패권국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방비 삭감을 진행중인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안보에서 일본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도 집단 자위권 행사의 강한 명분이자 추동력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단 자위권 논의가 현장에서 당장 피부로 느끼는 군사적 필요에 의한 ‘귀납적 접근’이라기 보다는 전후체제 탈피를 향한 아베 총리의 강한 의지에 의한 ‘연역적 접근’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동북아국장 출신인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일본 집단 자위권 추진의 본심은 “군사적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평시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사시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라도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주적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일본 안보·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은 = 집단 자위권은 일본을 포함한 지역 안보에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고, 그에 맞춰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할 경우 미일동맹의 억지력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이 원하지 않는 국제 분쟁에까지 개입하는 길로 연결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일본은 직접 당사자가 아님에도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참전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요최소한도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총리 등 정권 수뇌부의 정치적 판단이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한일, 중일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현 상황에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은 갈등의 전선을 더욱 두텁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작년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국회 발언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계기로 일본의 군국주의 침략사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인식이 주변국들의 불신을 사는 상황에서 일본이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통해 전후체제 탈피로 성큼 나아가는데 대해 한국과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용인을 계기로 미일동맹의 결속력이 강해지는 데 대해 중국이 군사적 ‘대국굴기’를 가속하는 것으로 맞대응하면 동북아 긴장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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