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모욕 및 테러단체 찬양죄로 래퍼 파블로 헤셀이 구금된 뒤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진 표현의 자유 옹호 시위에서 시위대가 불을 지르고 있다.
바르셀로나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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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주 예이나 출신인 래퍼 파블로 하셀(32)이 17일(현지시간) 한밤 시위를 촉발시킨 주인공이다. 카탈루냐 분리 지지자인 하셀은 2014~2016년 스페인 왕가를 프랑코 파시스트 독재정권의 후예로 묘사하거나, 과거 폭력테러 집단인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ETA) 등을 옹호하는 가사를 담은 음원과 논평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9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하셀은 수감형 집행을 피해 예이나 대학교로 도주한 지 나흘 만인 16일 “억압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란 말을 남기고 강제 연행됐다. 도주했을 뿐 아니라 하셀이 과거 비슷한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기에, 스페인 당국에도 법 집행 명분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하셀의 처벌을 스페인에서 권력 비판을 봉쇄하려는 시도로 판단한 군중은 저항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구호와 박수, 행진으로 시작된 시위는 돌과 유리병을 던지고 불을 지르는 과격시위로 돌변해 수십명이 연행됐다.
왕실 모욕 및 테러단체 옹호 혐의로 스페인 래퍼 파블로 헤셀이 수감되자 17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표현의 자유 옹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바르셀로나 AP 연합뉴스
왕실 모욕 및 테러단체 옹호 혐의로 스페인 래퍼 파블로 헤셀이 수감되자 17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표현의 자유 옹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바르셀로나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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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분노가 결국 법을 바꿀 수 있을까. 일단 스페인 집권연정 소속 3개 정당 중 포데모스와 좌파연합은 왕실모욕죄 등의 완전 폐지를 사회당에 요구했다. 모욕죄에 대해 벌금형만 허용하고 징역형을 배제하는 수준의 변화를 모색하던 스페인 행정부의 방침에 비해 정치권이 더 과감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