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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北대사 불러 核 항의… 언론은 “사드 배치가 자극” 물타기

中, 北대사 불러 核 항의… 언론은 “사드 배치가 자극” 물타기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09-11 20:52
업데이트 2016-09-1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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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실험·한국 사드 동시 비난

‘北대사 초치’ 홈피에 이례적 공개
“그 어떤 행동도 말라” 강력 비판속
관영매체는 “핵·사드 둘다 中위협”
양비론으로 한·미 ‘사드’ 압박 차단
“北中-韓中 관계 모두 악화될 수도”


중국이 겉으로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속으로는 북핵과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동시에 문제 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규탄…규탄… 규탄
규탄…규탄… 규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9일(현지시간) 강도 높은 제재 논의에 돌입한 가운데 반기문(왼쪽)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실험이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의장인 뉴질랜드의 제럴드 반 보헤멘(가운데) 유엔 주재 대사는 같은 날 안보리 회의 직후 추가 대북 제재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의 언론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서맨사 파워(오른쪽)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안보리 회의에 앞서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있다.
뉴욕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지난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지체 없이 성명을 통해 반대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10일에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외교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상무부부장은 지 대사에게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기대와 정반대의 행동”이라면서 “그 어떤 행동도 더이상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통상적인 형식인 외교부 대변인의 ‘기자와의 문답’이 아닌 별도 발표문을 게재하며 장 부부장의 발언을 자세히 공개한 것은 북한 측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향후 중국의 ‘행동’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관영 매체들의 사설과 논평은 남북 양비론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번 핵실험을 통해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명분이 희박해졌다”는 미국과 한국의 공격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관영매체들은 지난 9일 외교부 성명 가운데 “일방적 행동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뿐”이라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일방적 행동’에는 북한의 핵실험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드 배치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은 중국 외교부와의 교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향후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 과정에서도 중국은 이 논리를 내세워 봉쇄 수준의 제재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인민일보 해외판 소셜네트워크(SNS)인 ‘협객도’(俠客島)는 11일 논평을 통해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위협에 맞설 유일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고수하고 있고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사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둘 다 중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남북 어느 쪽이든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쪽으로 한반도 정책을 강경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전날에도 “북한과 한·미가 벌이는 지금의 행동은 한반도 정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아예 “이번 핵실험의 원인은 사드에 있다”고 주장했으며 신경보도 사설에서 “사드와 북한 핵실험은 ‘창과 방패’의 게임”이라면서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도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을 질식시키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남북 각자의 행동이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며 양비론을 펼쳤다.

서방 언론들은 이번 핵실험과 사드 문제가 뒤엉켜 북·중 관계와 한·중 관계가 모두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 BBC 중문망은 “중국이 북한 핵실험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무게 중심은 핵실험과 사드 모두를 반대하는 데 있다”면서 “남북 모두 중국의 요구에 부응할 뜻이 없기 때문에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이며 3국 간의 관계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09-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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