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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30개월 끈 협상…APEC 정상 무대서 마침표

[한중FTA] 30개월 끈 협상…APEC 정상 무대서 마침표

입력 2014-11-10 00:00
업데이트 2014-11-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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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통큰 양보’ 요구…막판까지 팽팽, 합의내용 뒤집히기도

”협상 시작부터 타결 선언 때까지 5일간 긴장 속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졌다.” 우리 측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한중 FTA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4차 협상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상무부장이 양측의 수석대표로 나서면서 타결 기대감을 한층 키웠다.

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베이징 정상회의 기간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있는데다가 2012년 5월 1차 협상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양국 통상장관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을 사흘 앞둔 3일 우리 측 실무대표인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해선 양보할 수 없다”, “통 큰 양보를 기대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처럼 FTA 협상에 앞서 정부가 공개적으로 상대방의 ‘결단’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자신의 앞마당에서 한중 FTA 타결을 선언해 아시아 역내 위상을 과시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고려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을 내세우며 세계경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중 FTA가 이번 APEC 회의 참가국의 주목을 받는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조기 타결에 대해 이미 의견을 모았다. 중국 측은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우리 측에 APEC 베이징 정상회의 때 타결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우리로서도 일본 등 경쟁국에 앞서 13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과 FTA를 맺어 수출 확대와 시장 선점은 물론 APEC 무대에서 ‘수출 코리아’의 입지 강화를 기대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협상 타결의 동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13차례의 공식 협상을 통해 협정문에 들어갈 22개 장(章) 중에서 16개 장에 대해서는 이미 타결이나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14차 협상에서 목표로 세운 일괄 타결은 예상만큼 쉽지 않았다.

특히 상품과 원산지 기준 등의 분야에서 난항을 겪었다. 양측은 2013년 9월 7차 협상에서 협상 기본지침인 모델리티를 마련하고 상품 분야에서 품목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를 자유화(관세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 다른 나라와 맺은 FTA에서 100% 가까운 자유화를 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의 FTA에서는 이보다 낮은 수준의 개방을 하는 것은 농수산물(한국)과 공산품(중국)에 대한 두 나라의 민감성을 반영한 것이다.

자유화 대상은 일반 품목군(FTA 발효 즉시∼10년 내 관세 철폐)과 민감 품목군(10년 이상∼20년 내 관세 철폐)으로 나뉜다. 나머지 품목수 기준 10%, 수입액 기준 15%는 초민감 품목군으로 분류해 관세 장벽을 유지한다.

우리 측은 1만2천232개 품목 가운데 수출 주력 품목인 석유화학·기계·정보기술(IT)은 일반 품목군에, 기계·전기기기는 민감 품목군에 넣었다. 주요 농수산물과 중소기업 제품은 초민감 품목군으로 빗장을 걸었다.

중국은 이와 반대로 농수산물을 조기 개방 품목에 넣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석유화학·IT 등은 초민감 품목군으로 분류하거나 조기 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은 공산품의 조기 개방을, 중국은 높은 수준의 농수산물시장 개방을 상대방에게 요구했다. 두 나라 모두 자국 산업에 대한 파급력을 고려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를 취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이 아니면 관심권에서 벗어나 타결의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양국은 통상장관 대면 이후 릴레이 실무협상을 했고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면서 거리를 좁혀나갔다.

쟁점 사항을 추려 한국은 일부 농수산물을 초민감 품목군에서 20년 이내 관세 철폐 대상으로 옮기고 중국은 일부 공산품의 개방 시기를 일부 앞당기기로 하는 등 숨 가쁜 협상이 벌어졌다.

6일 밤샘 실무협상을 거치며 이뤄진 원산지 기준 합의사항을 8일 오후 중국이 번복하며 기준 강화를 요구해 협상이 꼬이기도 했다. 원재료와 부품 비중이 큰 한국으로서는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출품이 줄어들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였다. 양측은 그날 계획한 밤샘 협상을 취소하는 등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결국 상대방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원하는 보호 품목은 가능한 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산품과 농수산물의 개방 범위와 수위, 원산지 기준의 일부 쟁점에 대한 결론이 실무협상에서 나지 않고 타결 선언 시점으로 잡은 한중 정상회담 개최 시간이 다가오자 양국 통상장관이 막판 ‘빅딜(일괄타결)’에 나섰다.

정상회담을 4시간가량 앞둔 10일 오전 7시 윤상직 장관과 가오후청 상무부장이 만나 극적으로 최종 합의점을 찾고, 두 나라 정상이 타결 선언을 하면서 30개월을 끈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나라가 미국, EU와 맺은 FTA가 협상 개시부터 타결까지 각각 10개월(추가 협상기간 제외), 26개월 걸린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진통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4년 9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경제장관회의 때 한중 통상장관이 만나 양국 FTA를 위한 민간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한 이후 10년 만이다. 협상 개시를 위한 준비에만 7년 넘는 시간이 걸릴 정도로 두 나라 모두 조심스럽게 접근한 FTA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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