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당선인 환율안정 발언에도 시장 반응 ‘무덤덤’

朴당선인 환율안정 발언에도 시장 반응 ‘무덤덤’

입력 2013-02-20 00:00
업데이트 2013-02-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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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개입 경계감이 최근 환율에 이미 반영된 때문인 듯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 안정 발언을 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박 당선인은 20일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손해 보지 않도록 선제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국이 시장 안정에 나설 것이라는 경계감이 최근 원·달러 환율 횡보세에 이미 반영된 탓에 구두 개입 성격의 이번 발언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외환규제 경계심이나 미국 시퀘스터 문제, 이탈리아 총선 등 여러 변수가 있어 환율이 단기에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통화완화 정책을 수차례 천명한데다 큰 폭의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끌 이슈가 없어 장기로는 환율 하락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이젠 원·엔 환율이 문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 거래일보다 2.70원 떨어진 1,07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화 강세 기조 속에 지난달 15일 장중 1,054.50원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이후 달러 매도 쏠림 현상에 대한 기술적 반작용과 북핵 리스크, 미국과 유럽발 정치·경제적 악재로 1,080원 선 인근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달 1일에는 장중 1,098.30원까지 치솟아 1,100원선 재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지난해 말과 달리 올해 들어 시장 경계감을 더 자극한 것은 원·달러가 아니라 원·엔 환율이다.

지난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100엔당 1,5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일본 정부의 공개적인 엔저 정책 에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이달에는 15일과 18일 연이어 장중 1,140원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2008년 10월 이후 4년 반 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수치다.

최근 며칠 사이에는 통화정책에 대한 일본 당국자들의 견해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엔저 속도가 주춤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엔저 현상이 장기로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원·엔 환율 하락세와 이에 대한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상당하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최근에 원·엔 환율이 자꾸 빠지다 보니(하락하다 보니) 시장에서도 이미 당국의 개입 경계심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박 당선인 발언에도 외환시장 ‘무덤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의 엔저 정책기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최근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당국의 관심을 보여준다.

박 당선인은 이날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잇달아 방문해 협회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환율 안정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손해 보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인위적 엔저 정책에 따라 우리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해 피해가 현실화되는 상황에 대해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미국과 유럽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이날 장중 수출업체 네고 물량(달러 매도)이 나온 데 힘입어 1,076.20원까지 낙폭을 키웠다.

이후 박 당선인의 환율 관련 발언이 알려지자 환율은 낙폭을 2원가량 만회하고 1,078.50원까지 상승했지만 1,080원대로 다시 올라서지는 못했다.

특히 이달 들어 원·달러 일중변동폭이 6.54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박 당선인의 발언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원·엔 환율은 소폭 상승했지만, 이는 원·엔 재정환율을 계산할 때 이용하는 엔·달러 환율 하락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원·달러와 원·엔 환율 하락 추세에 대한 발언을 거듭 했기에 시장 반응이 무뎌졌다고 해석했다.

우리선물 손은정 연구원은 “이미 당국이 수출 기업 채산성을 워낙 많이 걱정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 (발언) 강도로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이 무역협회에서 한 발언인 만큼 새 정부가 예전처럼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쓰겠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려워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전승지 연구원은 “자리가 자리인 만큼 발언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에 (정부 정책이) 어떤 스탠스(태도)를 취할지 지켜봐야지, 이 발언만으로는 뭔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근 한은과 기재부에 이어 대통령 당선인까지 외환시장 안정화 발언이 당국의 ‘개입 약발’을 너무 떨어뜨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중요한 이슈지만 대통령 당선인이 견해를 내놓을 만큼 긴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은이나 기재부 관계자 정도면 충분할 텐데 당선인까지 코멘트를 했다면 이제 더는 나올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가진 패를 다 내놓으면 시장의 반응이 무뎌진다”고 평가했다.

◇”단기적 상승, 장기적 하락 추세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에 불확실성을 안겨줄 악재들이 남아있어 추가 하락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선물 정경팔 시장분석팀장은 “이탈리아 총선과 미국 시퀘스터 문제,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 등이 상당하다”며 “급등까지는 아니지만 환율이 더 하락하기는 어려워 하방경직성이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로는 원화 강세 기조가 유효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은정 연구원은 “크게 봤을 때는 아직 하락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올라가면 1,090~1,100원 선을 마주해야 하는데 그 레벨까지 갈 정도로 의미 있는 재료가 나오기는 어렵다”며 “하락할수록 경계감이 강화되겠지만 엔화도 더 약세로 갈 것이라는 관점이 많은 만큼 경계감에 대한 방어선도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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