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상 초유 수뇌부 공백 우려
노 대행 “용산 등 관계 고려” 해명檢 내부선 수뇌부 책임론 격화
일선 검사 “정치 중립 훼손” 비판
법무부 “1·2기 수사팀 결론 달라”
남욱 등 수사 과정 위법성 거론도
뉴시스
국무회의에 참석한 정성호 법무장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진 11일 정성호(왼쪽 첫 번째) 법무부 장관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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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촉발된 ‘검란 사태’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지휘부와 법무부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는 상황에 법무부가 “대장동 수사팀의 불법 수사 때문”이라고 반격에 나서면서 책임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 ‘저의 책임’이라고 밝힌 노만석(사법연수원 29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사퇴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 대행까지 물러날 경우 검찰은 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노 대행이 돌연 연차휴가를 쓰고 출근하지 않으면서 법조계에선 노 대행의 거취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노 대행이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겠느냐”며 사실상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만큼 검찰 내부에선 노 대행이 사의를 밝힐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노 대행이 사퇴할 경우 2012년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로 촉발된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 이후 13년 만에 검찰 내부의 요구에 의해 물러나는 검찰 수장이 된다.
반면 일각에선 노 대행이 사의를 밝히더라도 법무부가 이를 수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개혁 후속 논의가 시급한 가운데 논란의 추가 확산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법무부 내부에선 “새로운 검찰상을 만들어 가야 할 중요한 시기에 총장 대행이 사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중앙지검장의 사표도 아직까지 수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 내부에선 수뇌부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다. 송승환(변호사시험 12회) 대구지검 형사1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검사가 법률 규정에 의하지 않고 다른 잣대를 기준으로 사건을 판단해도 되느냐”며 노 대행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과거 소위 사법농단 사건이 상고법원을 만들기 위한 재판 거래가 핵심인데 뭐가 다르냐”며 “이미 (검찰청 폐지)법이 통과되고, 검사들이 의욕을 잃어 이탈하고, 형사사법체계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항소 포기를 하면서까지 살릴 수 있는 검찰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장이 중요한 사건과 관련해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무적 판단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린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지휘라인인 박철우(연수원 30기) 대검 반부패부장에게도 비판의 화살이 돌아가는 모양새다. 대장동 수사팀이 공개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박 부장은 항소 마감 시한이 임박한 지난 7일 저녁 중앙지검 측에 불허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재검토해 보라”고 직접 지시한 인물이다. 일선청의 한 검사는 “지휘라인에 있었으면 후배 검사들을 생각해서라도 재검토 지시가 아니라 항소를 관철시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현재 사태에서 본인만 빠지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박 부장은 주변에 “검사들의 반발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당시 정확하게 타임라인을 알지 못해 항소가 되는 줄 알고 있었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수사팀에 화살을 돌리며 반격에 나섰다.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라디오 방송에 직접 출연해 “대장동 사건의 경우 다른 특수수사 재판과 달리 1기 수사팀과 2기 수사팀의 결론이 많이 다르다. 1기의 경우 처음 기소된 사건이고, 윗선의 존재가 있다고 해서 정진상·김용 등을 추가 기소한 것이 2기 수사팀 사건”이라며 “1기 수사팀 입장에서는 성공한 수사고 2기 수사팀 입장에서는 실패한 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수사·공판팀의 만장일치로 항소의견을 냈다는 주장에 대해 1기 수사팀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 내부망에 문제 제기를 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 등 2기 수사팀 일부의 주장이라는 취지다.
조 정책보좌관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배를 가른다’는 말을 듣는 등 강압 수사가 있었다는 ‘대장동 일당’ 남욱씨의 증언을 언급하며 “담당 검사의 ‘개복수술’ 언급이라는 해명이 더 충격적”이라면서 “재판 결과를 보면 2기 수사팀의 결론은 불법 수사로 얼룩졌거나 잘못된 수사였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이 ‘불법 수사의 여지가 있는 만큼 항소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의견을 표명했을 뿐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5-11-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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