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제/박인혁 · 기러기표/서정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제/박인혁 · 기러기표/서정춘

입력 2020-11-19 17:28
수정 2020-11-20 02:2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무제/박인혁
무제/박인혁 50×70㎝, 캔버스에 혼합매체, 2020
천의 주름을 활용한 입체회화. 12월 5일까지 웅화랑 개인전
기러기표/서정춘

나는 안다
이웃집 옥탑방에 걸려 있는 양말 한 짝이
바람 불어 좋은 날 하릴없이 펄럭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누군가가 안쓰러워진 양말짝에 기러기표 부표를 달아주면
구만리장천으로 날려 버릴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것을

순천 아랫장에서 토종 귀리를 발견하고 반가웠다.

‘해정한 모래부리 플랫폼에선/ 모두들 쩔쩔 끓는 구수한 귀리차를 마신다’ 백석의 시를 처음 읽을 때, 언젠가 함남 도안에 가서 꼭 귀리차를 마시고 싶었다.

귀리 한 됫박을 사 들고 동천 강변을 따라오는데 철새들이 강물 위에 오붓이 모여 있다. 청둥오리도 가마우지도 하얀 물새들도 있다.

징검다리에서 벗어난 바위 위에 귀리를 반 됫박 붓는다. 새벽녘 인적이 없을 때 식사하세요. 철새들이 튼실한 알곡으로 아침 식사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빨랫줄에 걸린 양말 한 짝에 시인은 기러기표 상표 하나를 달아 주고 싶다. 기러기처럼 훨훨 날게 해 주고 싶은 것이다.

생명 없는 허름한 존재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인의 마음, 따뜻하고 우아하다.

곽재구 시인
2020-11-2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