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감옥’ 된 日크루즈선…의료선진국의 민낯

‘신종코로나 감옥’ 된 日크루즈선…의료선진국의 민낯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0-02-11 10:36
업데이트 2020-02-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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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까지 135명 감염…검사·격리 이뤄지지 않아

日, 3600명 방역 대응 ‘갈팡질팡’
“환자 더 늘어날 것” 승객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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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 피어 크루즈 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AF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 피어 크루즈 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일본 보건당국이 지난 10일까지 무려 13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대해 제대로 방역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배가 사실상 거대한 ‘신종코로나 감옥’으로 변하고 있다.

크루즈선 선사는 5일이 돼서야 선내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들이 객실에 머무르게 했는데, 일부 승객은 현재도 침구를 직접 갈고 화장실 청소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은 ‘의료선진국’으로 알려졌지만, 대규모 감염 사태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허술한 방역체계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10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135명의 신종코로나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현재 한국인 14명을 포함해 3600명의 승객이 선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격리된 상태다.

최초 감염자는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에서 출항한 크루즈선에 탑승했다가 홍콩에서 내린 80세 홍콩인 남성이었다. 홍콩당국은 2일 이 사실을 일본 정부에 통보했지만, 선내 안내방송으로 전파된 시점은 3일 오후 6시 30분이었다.

“침대 시트를 직접 교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승객 격리나 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승객은 4일 교도통신에 “뷔페식당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며 “불만은 따분한 것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5일 일본 요코하마 항 앞바다에 정박해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타고 있는 승객과 승무원 중 1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2020.2.5 연합뉴스
일본의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5일 일본 요코하마 항 앞바다에 정박해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타고 있는 승객과 승무원 중 1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2020.2.5 연합뉴스
5일 일부 탑승객에 대한 검사 결과 10명이 감염되자 그제서야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을 객실에 머물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마저 승객이 자율적으로 따르도록 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상당수 승객은 마스크를 착용하지도 않았다.

60세 회사원인 한 남성은 “거실 침대 시트를 직접 교환하고 있다. 화장실 청소도 방에 부착된 솔로 스스로 하고 있다”며 “감염이 계속 확산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표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현재 크루즈선 측은 승객들에게 수건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승객은 “선내에 창문이 없는 객실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지통신에 밝혔다.

일단 지역사회 전파는 아닌데다 승객들이 크루즈선 내부에 있는 만큼 검사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일본 정부는 “승객 전원에 대한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크루즈선인데…日정부 “전원검사 불가능”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방역 책임자인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10일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크루즈선 탑승자 전원에 대한 신종 코로나 검사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스가 관방장관은 같은 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원 검사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카야마 테쓰오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바이러스감염제어학)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내에서 이 정도로 감염이 확대됐다면 누가 감염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할 수 있다면 빨리 전원 검사를 한 다음에 양성인 사람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쪽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일본 상륙 전이기 때문에 일본 내 감염자 수에 포함하지 말 것을 일본 언론에 당부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크루즈선 감염자를 포함해 현재 전체 감염자가 161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일본이 다 그렇지”, “제대로 하는 일이 뭐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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