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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언 박지성 “받은 사랑 돌려드리는 삶 살겠다”

은퇴 선언 박지성 “받은 사랑 돌려드리는 삶 살겠다”

입력 2014-05-14 00:00
업데이트 2014-05-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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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간다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로” ”행정가 꿈꾸지만 오래 걸릴 것…그때까지 공부하겠다”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 드리고 보답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겠습니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은 누구보다 화려하게 수놓았던 현역 시절을 마감하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박지성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선언 및 결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성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선언 및 결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성은 14일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축구선수 박지성’의 인생은 여기서 끝이 나겠지만 그동안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 드리고 보답할지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은퇴 이유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더는 축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릎이 다음 시즌을 버티기에는 어려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거취와 관련해서는 “일단 지도자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을 누누이 밝혀왔다”면서 “행정가를 꿈꾸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목표는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 한국 스포츠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도록 준비하겠다. 그때까지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는 후배들을 향해서는 “얼마나 자신 있게 자기의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부상 조심하고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덕담했다.

다음은 박지성 선수와의 일문일답.

-- 은퇴를 결정한 시점은.

▲ 은퇴를 생각한 시점은 올해 2월인 것 같다. 무릎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고 에인트호번에 가서도 바로 4개월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니까 앞으로 경기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수술을 하면 다음 시즌에 경기할 수는 있지만 회복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100% 완쾌된다는 보장도 없어서 고려하지 않았다. 확신이 들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컸다. 남은 선택은 은퇴밖에 없었다.

-- 에인트호번에 임대 연장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은퇴 과정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다.

▲ 내가 요청을 한 적은 없다. 에인트호번에 직접적으로 요청한 것은 없고 어떤 선택을 내릴까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은 있다. 내 상황을 설명했고 구단도 이해했다. 퀸스파크 레인저스(QPR) 구단주와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제 의사를 표현했다. 임대 요구를 한 적은 없었다.

-- 홍명보 감독이나 이영표처럼 지도자나 행정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나.

▲ 지도자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을 누누이 밝혀왔다. 지도자 자격증도 없어서 할 수가 없다(웃음). 이외의 축구와 관련된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행정가를 꿈꾸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목표는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 한국 스포츠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준비하겠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그때까지 공부해야 할 것이다.

-- 이영표처럼 해설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 해설가는 생각하지 않는다. 해설가를 하게 된다면 선수들 비판을 너무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후배들한테 그럴 수는 없다.

--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는 후배들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얼마나 자신 있게 자기의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부상 조심하고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원정 16강을 이뤘기 때문에 이제 8강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나 월드컵이 쉬운 대회는 아니다. 이번에 못하더라도 다음, 혹은 그다음 월드컵에서도 8강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16강 진출이 첫 과제인데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인 만큼 첫 경기에서 이기면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다.

-- 과거로 돌아가 딱 한순간만 즐기고 싶다면.

▲ 단연 2002 한·일 월드컵이다.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가 돼 월드컵에 나가는 게 꿈이었다. 막내여서 그 어떤 부담도 없었고 다른 생각 없이 축구만 할 수 있었던 시기다.

-- 25년 선수 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 누구보다도 성실한 축구 선수였다.

▲ 가장 기본적인 것은 성장하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해야 하고 유혹을 떨쳐내고 축구에 집증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 노력한다면 누구나 다 가능성은 있다.

-- 소속팀을 기억에 남는 순으로 꼽아달라.

▲ 2004-2005시즌 에인트호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시즌과 일본에서의 마지막 시즌도 기억에 남는다. 지난 시즌은 좋은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4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 K리그가 침체해 있다.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럽파 대부분이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해외에 나갔는데 그런 영향 때문이다. K리그는 아시아에서 수준 높은 리그라는 것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증명하고 있다. 기량보다는 경험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 K리그 복귀를 고려한 적은 없나.

▲ 생각했었고 주변에서도 그런 말들을 했다. 분명히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있다. 그러나 올 수 있는 상황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게 무산됐다. 그런데 만약에 왔다면 팬들이 원하는 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K리그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적응해야 했을 것이다. 다만 흥행에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 가장 소중한 유니폼은 무엇인가.

▲ 당연히 국가대표 유니폼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으니까. 하나 더 고르라고 한다면 QPR 유니폼이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 은퇴 결정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 아버지는 선수생활을 더 했으면 하는 약간 서운한 마음이 있는 것 같고 어머니는 부상을 싫어하셔서 은퇴에 반대하지 않으셨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앞으로 몸 아픈 일을 하지 않게 돼 다행이다. 부모님께 지금까지 진 빚을 계속 갚으면서 살겠다.

-- 7월 25일 자선 경기가 고별전인가.

▲ 날짜와 K리그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는 것만 확정됐다. 나머지는 프로축구연맹과 협의 중이다. 이 경기가 팬들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다.

-- 평점이라는 잣대로 평가받아왔다. 자신이 매기는 평점은.

▲ 10점 만점이면 좋겠지만 나는 완벽하지 않았고 그런 선수도 없다. 7점 주겠다.

-- 포스트 박지성을 꼽자면.

▲ 예전에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손흥민(레버쿠젠)을 꼽았는데 그때는 대표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고 꽃을 피우는 단계였다. 지금은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에 잘 안착했다. 이제 이들은 내 이름을 다 지웠고 각자의 이름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그런 선수를 꼽을 필요가 없다.

--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평가하자면.

▲ 선수마다 각자 가진 장점이 있다. 이를 얼마나 극대화해서 팀을 위한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내 장점은 당연히 활동량이었고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최대한 부각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였다. 남들이 갖지 못한 능력이었다.

현란한 테크니션이 아니었던 것이 대한 후회는 없다. 다른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것으로 나는 나의 축구를 즐겁게 했다.

--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크게 올라간 관심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 대표팀 선수라면 당연히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다만 유럽에 있어서 받는 부담의 강도가 적었다.

-- 상대하기 가장 껄끄러웠던 선수와 고마웠던 선수를 꼽자면.

▲ 언제나 배우고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어느 한 선수만 힘들지는 않았다. 고마웠던 선수는 너무 많다. 몇몇 선수가 나에게 안 좋게 대해줬던 것도 결국에는 내가 유럽에서 살아남는 데에 버팀목이 됐다.

-- 가장 기억나는 스승은.

▲ 지도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한 분만 없었어도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다.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은 거스 히딩크 감독님이다. 유럽으로 나를 데려간 것이 큰 전환점이 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님도 세계 최고의 레벨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좋은 선수들과 좋은 경험을 쌓았다. 앞으로 많은 사람과 공유하며 연구하겠다.

-- 스승에게서 들은 ‘인생의 한 마디’를 꼽자면.

▲ 학창시절에 ‘축구는 꼭 크다고, 빠르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씀을 들은 것을 꼽겠다. 히딩크 감독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한·일 월드컵 때 그가 “앞으로 영국, 스페인 등 큰 리그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히딩크 감독님은 이 말씀 하신 것을 기억 못 하더라.

-- ‘두 개의 심장’ ‘세 개의 폐’ ‘산소탱크’ 등 많은 별명이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 나를 두고 ‘믿음이 가는 선수’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다면 좋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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