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적장도 인정한 ‘근성과 투지’ 박지수를 박지수답게 만드는 힘

적장도 인정한 ‘근성과 투지’ 박지수를 박지수답게 만드는 힘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3-10 16:48
업데이트 2021-03-10 16: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박지수가 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청주 KB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몸싸움 후 넘어진 채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WKBL 제공
박지수가 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청주 KB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몸싸움 후 넘어진 채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WKBL 제공
‘잘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긴 쉽다. 그러나 단순히 희망이 아니라 의지를 갖고 실천에 옮겨 잘하기란 쉽지 않다. 박지수(청주 KB)는 그 어려운 걸 다 해내는 선수다.

역대급 시즌을 만든 박지수가 이대로 시즌을 끝낼 위기에 처했다. KB가 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점 차로 패배한 탓이다. 박지수에겐 너무나 뼈아프게도 자신의 눈앞에서 역전골을 허용했다.

지난 1차전에서 23득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이번 시즌 처음으로 더블더블 기록이 끊긴 박지수는 2차전에서 20득점 16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다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이 총 25개의 리바운드를 잡은 것을 생각하면 박지수의 리바운드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특히나 박지수를 상대하는 팀은 가장 수비를 잘할 수 방식으로 집중견제한다는 점에서 박지수의 경기력은 패배에도 박수받을 만하다. 코트에서 수도 없이 넘어지고 꺾이고 맞고 좌절하지만 박지수는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어 더 그렇다.

농구에서 가장 큰 재능이자 축복인 키(196㎝)를 갖췄지만 박지수의 농구는 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육탄방어를 통해서라도 박지수를 견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번 시즌 많은 팀이 박지수를 견제하는 방법을 보여줬고 통한 방법도 꽤 있다.
박지수가 김한별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하고 있다. WKBL 제공
박지수가 김한별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하고 있다. WKBL 제공
그러나 여전히 박지수가 무서운 선수인 이유는 박지수를 박지수답게 만드는 근성과 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박지수의 농구는 적장도 인정할 정도다. 임근배 감독의 9일 경기 후 말을 들어보자.

“여자농구에서 박지수를 그냥 막아서 되겠나. 죽을 둥 살 둥 해야지 그냥 해서는 막을 수 없다. 지수는 너무나 좋은 선수, 훌륭한 선수다. 지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건 리바운드나 득점을 잘하는 게 아니라 근성 때문이다. 196㎝ 되는 애가 볼 하나 떨어지면 보통 여자 선수들은 몸을 안 날리는데 지수는 허리가 꺾여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잡으려고 한다. 게임을 보다 보면 보통 선수들은 힘드니까 포기하고 안 하는데 지수는 아웃 나가는 볼도 다이빙해서 주려고 하고 근성이 대단하다. 다른 팀이지만 그건 정말 인정한다.”

실제로 박지수는 끊임 없이 볼에 집착하고 자기가 파울을 당하고 넘어졌을 때도 이내 일어서서 공수에 가담한다. 일부 선수가 심판의 콜을 기다리며 원망의 눈빛을 보내는 모습이 박지수에겐 많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많은 견제를 당하는 선수의 남다른 농구 자세다.

시즌 내내 박지수는 경기가 안 풀릴 때도 원망보다는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균 22.33득점, 15.23리바운드, 2.5블록, 58.3%의 야투성공률 등 개인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성적을 남겼고, 많은 전문가와 팬이 ‘나머지 선수가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박지수는 늘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이란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지수의 투지만으로는 팀을 구할 수 없는 분위기다. 박지수가 아무리 근성을 보여도 도와줘야 할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하기 때문이다. 안덕수 감독도 2차전 패배 후 “턴오버가 문제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을 정도다.

박지수에겐 어쩌면 3차전이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7관왕을 차지하며 찬란했던 박지수의 이번 시즌이 새드엔딩이 되느냐 해피엔딩이 되느냐를 놓고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