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도 더위에 작업 중 심장마비 “체감온도, 기온보다 높았을 것”
6일 연속 야외 근무한 작업자도 “폭염에 심혈관 질환 악화… 산재”
경기 양주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던 오모(당시 44세)씨는 2013년 6월 점심시간에 쓰러져 사망했다. 부검 결과 오씨의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사로 추정됐다. 오씨는 평소 심혈관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도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은 오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폭염에 더 취약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해 당일은 최고기온이 32.5도에 육박한 무더운 날씨였다”며 “오씨가 오전 내내 작업한 슬라브는 햇빛에 더욱 쉽게 달아올라 오씨가 느낄 체감온도는 관측온도 이상으로 높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근경색 질환이 폭염에 취약하다고 인정한 판결도 있다. 경기 용인의 한 공장 신축공사 현장서 형틀 목공으로 일하던 조모(당시 55세)씨는 2013년 8월 작업 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조씨는 폭염 속에서 6일 연속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쓰러진 당일의 낮 최고기온은 33.9도에 이르렀다. 조씨는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듬해 1월 “개인 질환이 악화한 데 따른 발병”이라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 달 뒤 조씨는 사망했다.
지난해 1월 법원은 조씨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에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무더위가 심혈관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조씨가 후송된 병원은 고온 고습한 날씨에서는 체온을 줄이기 위해 피부로 많은 혈액을 보내는 과정에서 심장에 과부하가 생길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사업주가 주장하는 복공판 그늘 등은 충분한 휴식공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8-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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