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직적 인권침해” 인정…‘윤씨 추천으로 언론 파견’ 유갑수씨 유족 승소
박정희 정권 시절 발생한 권력 스캔들로 꼽히는 ‘윤필용 사건’ 피해자 유족에 국가가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정인숙 부장판사)는 사건 당시 불법 고문을 당한 뒤 누명을 쓰고 복역했던 고 유갑수씨의 유족에게 총 4억7천만원의 국가배상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과 공무원이 오히려 정치적 목적으로 유갑수씨를 불법 감금·고문하고 증거를 조작하는 등 조직적·의도적으로 인권침해를 자행했다”고 말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게 쿠데타설로 번져 윤 사령관과 부하들이 강압수사 끝에 숙청된 일이다.
당시 육군사관학교 경제학부 교수(중령)였으나 윤 사령관의 추천으로 서울신문사 논설위원으로 파견됐던 유씨는 사건이 터지자 영장 없이 체포돼 구금됐다.
보안사 조사관들은 이씨를 고문해 ‘윤 사령관이 쿠데타를 대비해 언론을 장악하려 나를 언론사에 파견 보냈다’는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 유씨는 군사법정에서 군무이탈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선고유예로 석방됐다.
유씨가 사망한 이후인 2014년 유족은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법원은 보안사 요원들이 불법수사로 증거를 만들어낸 점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의 주인공 윤 전 사령관은 당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1975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후 1980년 특별사면됐다.
이후 군사정권에서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을 지냈고 2010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 역시 재심 끝에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대부분 혐의를 벗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