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임신부 백신접종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임신부 백신접종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입력 2013-02-18 00:00
업데이트 201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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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유행기를 앞두고 의례적으로 듣는 말이 ‘노약자,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은 독감 백신을 맞으라’는 권고다.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는 알겠는데, 과연 임신부에게까지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게 합당한 조치일까. 다 아는 사실이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다. 기껏해야 자녀 한둘이 고작인 지금도 그렇지만 대여섯에서 많게는 열명씩도 낳아 길렀던 옛날에도 여성이 오래 살았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임신과 출산은 남성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게다가 온갖 가사노동에다 생계를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일도 모두 여성의 몫이었는데, 왜 여성이 더 오래 살까.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가장 설득력있는 가설은 여성이 특별히 강한 면역력을 갖고 태어난다는 견해다. 확실히 여성은 남성보다 림프구가 많다. 여성이 임신을 해 태아를 보호하려면 강한 면역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래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약골이거나, 선천성 질환을 가졌거나, 큰 충격을 받으면 유산을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게 되고, 이 때문에 개체수가 늘어난 과립구나 NK세포가 임신부와 태아를 직접 공격하기 때문이다. 면역질환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인체를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자기 몸을 공격하는 상황은 확실히 특이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는 면역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면역체계를 혼란스럽게 한 몸의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이처럼 여성은 남성보다 강한 면역체계를 갖고 태어나는데, 인공 제제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임신부에게 인플루엔자 백신을 우선 권고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비상식적인 면이 없지 않다. 건강한 임신부까지 접종 우선순위에 두는 건 지나친 염려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백신도 부작용을 가진 약제이기 때문이다. 정말 임신부의 건강이 중요하다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임신부를 선별해 접종을 권고하는 게 보다 합리적인 조치 아닐까.

jeshim@seoul.co.kr



2013-02-1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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