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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Health Issue] 장상피 화생

[Weekly Health Issue] 장상피 화생

입력 2012-05-21 00:00
업데이트 201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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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벽이 장 조직처럼 변하는 현상… 위산 분비 줄어 발암 위험 높아져

비슷해 보이지만 위(胃)는 장(腸)과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당연히 조직적 구성도 다르다. 이런 위가 무슨 이유에선지 장 조직처럼 변한다. 그냥 변하는 게 아니라 심각한 문제를 동반한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발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바로 장상피 화생이라는 의학적 변화다. 간단하게 말하면 위의 상피세포가 장의 상피세포처럼 변하는 현상이다. 당연히 기능에도 변화가 따른다. 대표적인 변화는 위산이 분비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런 장상피 화생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로부터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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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한 장상피 화생은 특이 증상이 없어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은 정훈용 교수가 장상피 화생 환자를 대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모습.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한 장상피 화생은 특이 증상이 없어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은 정훈용 교수가 장상피 화생 환자를 대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모습.


●장상피 화생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장상피 화생이란 위벽이 장벽으로 변한 상태를 말한다. 많은 이유로 위 상피세포와 벽세포 등이 손상을 입으면 위산 분비량이 줄면서 위장 내부의 산도가 감소해 ‘pH’ 수치가 높아진다. 이런 조건에서는 위산에 강한 위상피세포가 위산이 없는 소장이나 대장 점막을 구성하는 장상피세포로 변하게 된다. 어떤 경로로 위상피세포가 장상피세포로 변하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의학계에서는 위상피세포를 손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라고 보고 있다. 헬리코박터 감염성 만성위염이 지속되면 세균에 의해 위상피세포의 점액과 중탄산염 생산 기능 및 위상피세포 재생 기능이 떨어져 결국 위상피세포가 감소하면서 위벽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이 온다. 이 상태에서는 위산이 더욱 감소해 장상피세포로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가면역성 위염도 만성 위축성 위염을 거쳐 장상피세포로 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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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피 화생이 진행중인 위(위)는 내시경 상으로 정상 위(아래)와 확연히 구분된다.
장상피 화생이 진행중인 위(위)는 내시경 상으로 정상 위(아래)와 확연히 구분된다.
●장상피 화생이 왜 문제가 되는가.

장상피 화생을 가진 위는 위산이 줄어 각종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상태이 되며, 이 세균들이 단백질 등 음식물을 분해하면서 발암물질을 활성화시켜 위암을 잘 생기게 한다. 장상피 화생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각종 세균 증식과 발암물질 활성화를 촉진해 위암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최근의 유병률과 발생 추이도 짚어 달라.

장상피 화생의 유병률은 통상적으로 헬리코박터 감염률 및 감염기간과 관련이 있어 연령에 비례하는 특성을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인의 70% 이상이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탓에 50세 이상의 70% 이상에서 장상피 화생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2000년대 들어 적극적인 치료 덕분에 감염률이 낮아져 30대 이하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30∼40%대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 앞으로는 감염률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장상피 화생의 유형과 발생 원인은.

위벽은 위산을 만드는 벽세포,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세포, 위점막을 이루는 상피세포로 구성된다. 이 중 위상피세포는 점액과 알칼리성 중탄산염을 생산해 강한 위산으로부터 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위산은 인체를 건강하게 지키는 첫 단계 파수꾼 역할을 한다. 음식에 섞인 각종 세균과 곰팡이·바이러스 등을 소독, 제거하는가 하면 철분이나 칼슘 등 필수영양소가 소장에서 잘 흡수되도록 돕기도 한다. 또 음식에 포함된 발암물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등 위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위상피세포와 벽세포 등이 손상을 입어 위산 분비량이 줄면 위장의 산도가 떨어지고, 이런 조건에서는 위산에 강한 위상피세포 조직이 위산이 없는 환경에서 기능하는 소장·대장점막의 장상피세포로 변한다. 이때 위상피세포를 훼손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헬리코박터균이며, 자가면역성 위염도 한몫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상피 화생이 어떻게 암으로 이어지나.

장상피 화생을 동반한 위장은 위산이 감소된 상태여서 그만큼 각종 세균이 생존, 증식하기 쉽다. 위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살균작용인데, 이 작용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남은 세균이 음식물 분해 과정에서 발암물질을 활성화시켜 위암 발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증상은 무엇이며, 자각증상은 없는가.

장상피 화생은 자각증상이 따로 없다. 더러는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이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 화생 때문이라고 여기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진단 및 검사 방법을 소개해 달라.

내시경검사를 통한 조직 생검으로 어렵지 않게 진단할 수 있다. 장상피 화생이 심한 경우라면 내시경검사 때 육안으로도 진단할 수 있지만, 초·중기에는 육안 판단이 어려워 조직검사 소견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또 치료 예후는.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 화생은 어떤 치료로도 이를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장상피로 변한 상태라면 추가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 해로운 음식을 멀리하고, 정기적인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중기의 장상피 화생이라면 건강보험에서 시행하는 암검진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충분하겠지만, 심한 상태라면 매년 반드시 내시경검사를 해야 한다.

반복하지만 장상피 화생이 진행 중인 위장은 ▲위산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해 각종 세균에 노출, 감염되기 쉽다. ▲위산이 줄면 음식에 섞인 발암물질의 활성을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며, 이 때문에 세균이 증식해 발암물질을 만들어 내게 된다. ▲따라서 환자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보다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 비타민류를 충분히 섭취하고, 음주·흡연·타거나 짠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상피 화생과 관련한 정책적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만성 위염 위축성 위염-장상피 화생-위선종-위암’으로 이어지는 문제의 과정을 차단하기 위해 ‘좋은 음식, 나쁜 음식’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암검진을 독려하며,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개인 및 공공위생을 강화해야 한다. 또 유관 학회와 협의해 헬리코박터균 치료 기준을 제정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2-05-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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