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꿈 찾기-‘예술꽃 학교’ 가다] <7·끝> 김포 통진중 민속예술부

[스스로 꿈 찾기-‘예술꽃 학교’ 가다] <7·끝> 김포 통진중 민속예술부

입력 2014-07-08 00:00
업데이트 2014-07-08 00: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틀려도 부딪쳐도 함박웃음… 전통무용 계승도 “재밌으니까”

전공자가 한 명도 없는 팀, 시험기간에는 연습을 쉬는 팀, 지도교사보다 목소리가 큰 학생들로 구성된 팀인 김포 통진고의 동아리 민속예술부는 여러 차례 이변을 이뤄냈다. 연말마다 수준급 공연을 발표하고, 김포 지역 축제에서 상을 받았다. 2012년 경기도청소년종합예술제에서 최우수상(1위)을 받은 일은 백미로 꼽힌다.
이미지 확대
경기 김포 통진중 무용 동아리 학생들이 ‘조강머리 가면춤’(왼쪽)과 ‘깃발춤’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을 지도한 우선영 예술강사는 7일 “상의하며 안무를 공동으로 창작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면서 “경기도청소년종합예술제 최우수상을 받았던 선배들만큼 무용을 즐기는 학생들”이라고 소개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경기 김포 통진중 무용 동아리 학생들이 ‘조강머리 가면춤’(왼쪽)과 ‘깃발춤’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을 지도한 우선영 예술강사는 7일 “상의하며 안무를 공동으로 창작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면서 “경기도청소년종합예술제 최우수상을 받았던 선배들만큼 무용을 즐기는 학생들”이라고 소개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경기도에서 가장 큰 청소년 문화예술경영인 예술제를 ‘조강머리 가면춤’으로 제패한 학생들이 무용에 입문한 것은 우연이었다. 2009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강사로 통진중에 출강한 우선영씨가 2010년 통진중 2학년 출석부를 보고 무작위로 40명을 뽑았다. 이 중 마음이 동한 11명으로 동아리를 구성했다. 중학교 졸업 뒤 통진고로 진학한 학생들이 활동의 끈을 이어갔다. 고 1~2학년생끼리 팀을 짜 예술제에 출전했는데 덜컥 최우수상을 받았다.

2년이 지난 요즘에도 통진중 무용실은 여전히 북적댄다. 중학교 2~3학년생들이 방과 후 무용실에 모여 우씨와 함께 ‘조강머리 가면춤’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이 학생들 중에도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은 없다. 오히려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방송댄스는 “너무 어려워 못 추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학생들만 모였다. 기말고사가 다가온다고 연습을 쉰다. 대신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연습 시간에는 몰입하는 게 동아리의 전통이다.

선배들 때와 달라진 점을 꼽자면 주변의 기대가 높아진 것을 들 수 있다. 동아리 담당 교사인 김성기 국어 교사는 “2012년 고등학생들이 출전, 상을 받았기 때문에 중학생인 지금 후배들보다 한층 박력 있고 창의적인 무대가 펼쳐졌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그때 수상자들이 중2 때부터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듯이 지금 연습 중인 학생들 역시 새롭게 연습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결과를 거둔 선배를 둔 학생들,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오히려 “왜 부담스러워해야 되나요”라고 되물었다. 김선재(16)군은 “상 안 받아도 재미있으니 됐다”고 했다. 김지훈(16)군은 “우리가 프로그램을 많이 바꿔서 이미 그때랑 다른 무용이 됐다”라고 했다. 이해수(16)양은 “그때 상 받은 선배들이 고3이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끝나면 다시 한 번 공연을 보여준다고 했다”면서 “배울 게 있으면 그때 배우면 된다”라고 말했다. 전공도 아닌 무용 동아리에 왜 이렇게 열심인지 묻자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1초도 안 돼 이구동성으로 말한 학생들다운 대답이었다.

김동석 통진중 교장 역시 이 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선전하는 배경을 “단순한 재미의 힘”에서 찾았다. 김 교장은 “전공이라서, 또는 대학을 가려고 무용을 한다면 아무래도 꾸며진 세계를 보여주는 활동이 될 것”이라면서 “자발적인 신명,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은 단순하게 재미가 있을 때 나오는데 우리 학생들의 모습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연습 장면을 다시 봤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삼각편대 모습으로 섰다가 사선으로 두 개의 줄을 만드는 대형으로, 다시 두 개의 원을 그리며 쉴 새 없이 대형을 바꾸는 모습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학생들의 표정이었다. 학생들은 끊임없이 웃었다. 동작이 잘 맞아도 웃고, 틀려도 웃고, 서로 부딪쳐도 웃고, 새로운 안무를 한 번에 맞추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었다.

모처럼 후배들을 보러 온 통진고 학생들의 얼굴에서도 같은 표정이 보였다. 이지수(18)양은 “몇 년 전까지 무용실이 없어서 점심시간에 우리끼리 땡볕에서 연습을 했다”면서 “그때는 정말 덥고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좋은 추억”이라고 말했다. 학업 때문에 예전만큼 연습을 못하는 통진고 학생들끼리는 사회에 나가 직장인 밴드처럼 다시 뭉쳐 공연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함께 나눈 친구, 서로의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뭉쳤던 팀의 경험을 사회에서도 되살리자는 구상이다. 통진중·고 동아리 학생들이 만들 직장인 밴드, 그들은 또 어떤 이변을 일으킬까.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4-07-08 2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