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얼굴 없는 천사의 쌀 300포대

10년째… 얼굴 없는 천사의 쌀 300포대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0-01-16 23:26
수정 2020-01-1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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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월곡2동에 매년 익명의 전화 “쌀 보내니 소외이웃에 전해 주세요”

시가 환산 땐 총 1억 8000만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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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10년째 서울 성북구 월곡2동에 배달돼 오는 쌀을 이승로(왼쪽 첫 번째) 성북구청장이 직원들과 함께 트럭에서 받아 나르고 있다. 성북구 제공
2011년부터 10년째 서울 성북구 월곡2동에 배달돼 오는 쌀을 이승로(왼쪽 첫 번째) 성북구청장이 직원들과 함께 트럭에서 받아 나르고 있다.
성북구 제공
“와, 왔다 왔어.”

16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 어스름을 뚫고 정미소 트럭이 나타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주민센터 마당에선 미리 준비하고 있던 주민, 공무원, 군인, 경찰 등 100여명이 일렬로 서서 쌀을 나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월곡2동 주민센터 앞으로 20㎏ 기준 쌀 300포대를 보내왔다. 2011년부터 10년째로 지금까지 총 3000포대(60t)를 기부했다. 시가로 환산하면 1억 8000여만원에 달한다.

얼굴 없는 천사는 매년 설을 앞두고 주민센터 측에 배달 1주일 전 짤막한 전화 한 통만 남긴다고 한다. 올해도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16일 아침에 쌀을 보낼 테니 잘 부탁한다”는 말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10년째 배달을 담당하는 정미소 측도 얼굴 없는 천사의 정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안경화 월곡2동 주민센터 주무관은 “얼굴 없는 천사의 쌀 나눔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해인 만큼 천사가 정체를 드러낼까 기대했는데 올해도 쌀만 보냈다”며 “10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는 한결같은 마음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기부된 쌀은 월곡2동에 사는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 300명에게 20㎏씩 전달된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숙영(93) 할머니는 “4년 전 월곡2동으로 이사 온 후 매년 천사의 쌀을 받고 있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일부러 일찍 나왔다”며 “천사 덕분에 매해 설을 마음 든든하게 보내고 있어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20-01-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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