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감수성으로 시사를 본다” KBS1 라디오 ‘정용실의 뉴스브런치’의 새 도전

“여성 감수성으로 시사를 본다” KBS1 라디오 ‘정용실의 뉴스브런치’의 새 도전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19-12-23 10:32
업데이트 2019-12-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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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점 시사는 경청에서 출발… 소소한 개선법 찾아”

진행·출연·작가 여성팀 꾸려… 非연성 이슈를 새 관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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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시각에서 본 뉴스를 전하는 ‘정용실의 뉴스브런치’ 제작진과 출연진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안균상 KBS 라디오PD, 김진이 작가, 전예현 전 한국여성수련원장, 정용실 KBS 아나운서, 송문희 더공감여성정치연구소장.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여성의 시각에서 본 뉴스를 전하는 ‘정용실의 뉴스브런치’ 제작진과 출연진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안균상 KBS 라디오PD, 김진이 작가, 전예현 전 한국여성수련원장, 정용실 KBS 아나운서, 송문희 더공감여성정치연구소장.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시사평론계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우선 시사평론가 수가 적고, 사안마다 찬반을 나눠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제압하는 것을 높게 보는 분위기에서 해결법이나 대안찾기에 집중하는 비전투적 접근은 힘을 잃기 쉽다. 이런 시사평론 장르에서 여성 주도로 팀을 꾸린 라디오 방송이 나왔다. 그것도 방송계에서 가장 완고할 것 같은 KBS 1라디오에서다.

KBS1 라디오에서 주중 매일 10시에 방송하는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는 여성의 시각에서 뉴스를 바라보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지난 가을 개편에 작정하고 만든 방송이다. 안정균 라디오PD를 제외하면 제작자와 출연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김진이 작가가 이슈를 선별하고, KBS 아나운서실 큰 언니 정용실 아나운서가 진행을 한다. 시사평론가 전예현 전 한국여성수련원장과 송문희 더공감여성정치연구소장이 매일 뉴스를 선정해 해설을 곁들이는 코너인 ‘뉴스픽’을 진행한다. 이 외 시를 소개하는 ‘시시한가’ 코너의 신미나 시인, 환경 관련 뉴스를 전하는 박효경 녹색연합 팀장 등 여성 출연자들이 포진했다.

“펭수를 남녀로 구별할 필요 없듯

시사교양 프로 남녀 구별 무의미”

안정균 PD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 등이 공론화됐던 지난해부터 성평등 문제가 방송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 KBS 내부에서 성평등센터가 설치됐다”면서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는 우리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담론의 주류는 되지 못한 여성의 시각에서 뉴스를 바라보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과감하게 신설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안 PD는 “펭수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듯 당연히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남녀구별이란 게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여성의 입장에서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차, 그것 만으로 우리 방송이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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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실의 뉴스브런치 소개 이미지. KBS 라디오 콩 캡쳐
정용실의 뉴스브런치 소개 이미지.
KBS 라디오 콩 캡쳐
김진이 작가는 “연성 뉴스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첨예한 정치적 대립, 전문성을 요하는 경제분석, 사회 구조 모순과 같은 경성 주제를 다루지만 기존에 없던 해석과 분석을 시도하며 ‘관점의 차별화’에 집중한단 얘기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경력을 쌓았던 김 작가는 시사 논쟁 특유의 치열함, 역으로 많은 이슈들이 논쟁 과열 단계에서 멈춰 버리는데 대한 허탈함 사이에서의 고민을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를 통해 풀어 나가고 있다. 환경, 기업 간 관계에서의 을(乙)의 문제, 성범죄 피해자와 같은 이슈들을 대립 진영 간 목소리를 비교하는 식으로 다루는 게 기존 시사프로그램 방식의 어법이었다면 일단 양 측의 논리를 먼저 살피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현실을 개선할 소소한 방법을 찾는 게 여성의 관점이 반영된 시사프로그램, 정용실의 뉴스브런치 어법을 이뤘다.

‘살아남은’ 여성들이 뭉친 팀

“유익하다”는 평가에 보람

23일부터 유튜브에 다시보기 업로드

송문희 더공감여성정치연구소장은 “정치평론 시장이 남자 중심이어서 정치학을 30년 연구한 저에 대해서도 ‘여자 치고는 아네’가 최고의 칭찬이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예현 전 원장은 “여성 승무원의 바지 복장 허용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때 청취자들이 오히려 ‘여성 승무원은 항공기 안전 관리 최전방에 선 직무’라는 식의 말씀을 많이 주셨다”면서 “미디어가 사회 인식 변화를 오히려 추종하는 부분도 있다고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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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실의 뉴스브런치’가 23일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되고 있다. 이날부터 매일 방송되는 코너 ‘시사픽’을 유튜브에서 다시보기로 볼 수 있다. 유튜브 캡쳐
정용실의 뉴스브런치’가 23일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되고 있다. 이날부터 매일 방송되는 코너 ‘시사픽’을 유튜브에서 다시보기로 볼 수 있다.
유튜브 캡쳐
정용실 아나운서는 “사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절반이지만 1라디오 청취자들은 남성이 훨씬 많은 편이어서 청취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시작하면서 우려도 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방송 소재와 내용도 중립적이고 유익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자체 청취점유율 조사에서도 순조로운 시작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송 소장과 전 전 원장은 정용실 아나운서가 KBS에 “있기 때문에”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라는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여성적 관점, 성평등 감수성이 여러 분야에서 작동하려면 각각의 분야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이 우선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안정균 PD는 “여성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관심을 갖겠다”면서 “청년세대와 노인세대,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다문화가족 등 관심이 필요한 곳에 시선을 두는 코너들을 꾸준히 반영하겠다”면서 “또 라디오가 보고 듣는 채널로 바뀌고 있음에 따라 보여주는 부분에도 신경을 써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23일부터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는 유튜브에서 뉴스픽 코너 다시보기 업로드를 시작하는 등 접점을 넓히기로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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