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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기 ‘만선’ 이뤘던 화룡호, 느닷없는 충돌사고로 사라져

참조기 ‘만선’ 이뤘던 화룡호, 느닷없는 충돌사고로 사라져

입력 2016-12-09 17:54
업데이트 2016-12-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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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아내와 전화통화 “곧 돌아간다” 말한 후 사고로 숨져

만선의 풍요로움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불행의 현장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제주 한림선적 유자망 어선 화룡호(19t)는 지난 8일 어둠이 내려앉아 짙어갈 무렵 참조기를 그물 가득 어획한 뒤 귀항하다 느닷없이 나타난 대형 외국 상선과 충돌한 뒤 전복됐다.

날벼락 같은 사고로 선장 김모(59)씨와 선원 강모(56)씨는 숨진 채 발견됐고, 선원 이모(41)씨와 장모(53)씨는 실종돼 사고 발생 만 하루가 다 되도록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숨진 선장 김씨는 8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선 시각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물에 걸린 참조기가 많다. 한림항에 돌아가는 즉시 어획물을 거둬들이려면 인력이 40명 정도는 필요하니, 미리 항구에서 대기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투박한 말투였으나 힘든 조업 끝에 올린 풍요의 기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19t급 유자망 어선에서 보통 20∼40명이 달려들어 그물에 걸린 참조기를 잡아 거둬들여 왔기 때문에 올릴 수 있는 최대량이 어획된듯한 것으로 기대했다.

기수를 한림항으로 돌려 배가 서서히 이동하면서 갑판 상황도 조업 때 만큼이나 분주해졌다.

생존 선원 이모(37)씨는 해경 조사에서 “배가 서서히 이동하며 출항지인 한림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며 “일부는 어획 도구를 정리하거나 그물에 걸린 참조기를 하나씩 거둬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그러나 불행은 일순간 닥쳤다.

한림항을 28㎞가량 남겨둔 제주시 비양도 북서쪽 26㎞ 해상에서 거대한 물체가 갑자기 나타났다. 이내 손 쓸 새도 없이 배와 충돌했다.

선원 이씨는 “경적 등 접근 상황을 미리 알 수 있는 아무런 기척 없이 대형 상선이 배 왼쪽에서 바싹 전진해 있었다”며 “‘이러다 사고가 나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곧바로 들이받혔다”고 말했다.

화룡호와 충돌한 상선은 라이베리아 선적인 C호로, 9만6천628t에 달했다. 대형 상선에 부딪히면서 어선은 힘없이 뒤집히고 말았다.

남편과의 약속대로 인력 40명을 모아 한림항에서 귀항하기만을 기다리던 선장의 아내는 남편이 예상 시간이 훨씬 지나도 오지 않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해경에 문의한 뒤에야 비보를 접했다.

참조기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어종으로 ‘한 방 고기’라고도 불린다. 그물에 걸리는 날에는 한가득 참조기가 잡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전문가라도 좀처럼 잡기 어렵다.

11월에 제주 해상에 어장이 형성되지만, 올해는 그 시기가 조금 늦었다. 지난해에 견줘 1㎏ 기준 가격이 20% 상승, 10㎏에 15만∼20만원에 팔리고 있다.

제주해경은 이날 생존 선원인 이씨와 베트남인 4명을 불러 사고 원인에 대해 진술을 들었다. 화룡호와 외국상선 C호의 항적 기록도 살폈다. 10일에는 C호 관계자도 불러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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