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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만마리 살처분, 사육기반 붕괴…AI 그 후가 더 걱정

338만마리 살처분, 사육기반 붕괴…AI 그 후가 더 걱정

입력 2016-12-05 09:25
업데이트 2016-12-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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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식·출하에 4∼5개월 필요…영세농가 돌아가는 보상금 쥐꼬리 농가 축산 포기 속출…손님 끊긴 식당들 물량 부족 ‘후폭풍’ 걱정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오리와 닭이 초토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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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의 한 종계 농장에서 지난 30일 오후 방역 관계자들이 닭을 살처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종계 농장에서 지난 30일 오후 방역 관계자들이 닭을 살처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전남 해남의 산란계 농가에서 처음 발생해 전국을 휩쓴 AI로 338만1천 마리(닭 251만6천 마리, 오리 79만4천 마리, 메추리 7만1천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특히 63만7천 마리의 오리가 살처분된 충북 음성·진천은 중부권 최대 산지에서 거대한 ‘오리의 무덤’이 됐다. 그동안 살처분된 오리는 충북 도내에서 사육되는 전체 오리 115만5천마리의 절반을 웃도는 것이다.

발생 20일이 지났지만 AI의 기세가 꺾이기는 커녕 오히려 추위와 함께 더 확산할 조짐을 보여 “오리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육기반 붕괴로 인해 더 큰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축산 농가들의 재기가 쉽지 않다.

AI가 발생해 살처분한 농장이 재입식을 하려면 우선 가금류 이동제한 조치 해제가 이뤄져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가금류의 이동제한 해제는 살처분이 끝난 뒤 30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AI가 창궐했던 2014년 충북에서는 AI가 처음 발생한 지 88일 만에 가금류 이동제한이 해제됐다.

그 뒤 축사에 쌓아 놓은 분변 등을 처리하고 3주간의 입식시험과 분변 바이러스 검사 등을 거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재입식 절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재입식을 하더라도 새끼 오리를 키워 출하하는 데 40여 일이 필요하다.

결국 AI로 기르던 가금류를 몽땅 살처분한 축산 농가들은 재입식해 출하하는 데 4∼5개월 이상은 족히 걸린다.

이 기간 축산 농민들은 돈이 될만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상도 큰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세에 맞춰 보상할 계획이지만, 농가 처지에서 볼 때 턱없이 부족하다.

오리 사육 농가 대부분은 대형 축산물가공업체 등의 위탁을 받아 사육했기 때문에 보상금 가운데 위탁수수료만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살처분 보상금 대부분이 축산 대기업에 돌아가기 때문에 농가들이 손에 쥐는 보상금은 사실상 거의 없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AI 감염이 재발한 농가의 보상금은 20%가 감액된다. 소독상태 등의 기준에 따라 최대 80%까지 감액당한다. 보상금을 20%만 받는 농가도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는 AI를 겪은 뒤 축산을 포기하기도 한다.

음성군의 A(52)씨가 그런 사례다. A씨는 종오리를 9천여 마리를 키우다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AI 파동을 겪은 뒤 축산을 포기했다.

A씨는 “재작년 인근 지역에서 AI가 발생해 자식처럼 키우던 오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6개월 뒤 재입식했지만, 작년에 다시 AI를 맞았다”며 “2년 연속으로 AI를 당하고 보니 더는 오리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 축산을 포기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A씨는 “상당수 농가가 축사를 짓느라 들어간 시설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AI로 살처분하고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다시 손을 대는 것”이라며 “AI는 오리 농가에 재앙과도 같다”고 말했다.

AI는 축산 농가들뿐 아니라 오리고기 식당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AI가 발생한 뒤 손님이 뚝 끊겼다. 평소 매출액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오리고기 식당들도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AI가 휩쓸고 간 뒤 대대적은 살처분으로 물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오리 가격이 껑충 뛰어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청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하루 20팀의 손님을 받았는데, 요즘은 7∼8팀에 불과하다”며 “AI로 오리들이 살처분돼 한동안 출하량이 줄어들면 오리고기 공급 가격이 껑충 뛰어 손님들이 다시 찾더라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울상을 지었다.

김씨는 “매년 되풀이되는 AI로 축산 농가들도 어렵겠지만, 식당들도 죽을 맛”이라며 “식당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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