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캐다 수류탄 9발 주웠다(?)”…석연치 않은 진술

“버섯 캐다 수류탄 9발 주웠다(?)”…석연치 않은 진술

입력 2015-09-23 13:46
업데이트 2015-09-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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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탄약관리 또 ‘도마 위’…수류탄 입수 경위 조사 중

’전 처가 만나는 남성을 죽이겠다’며 술에 취해 보관 중이던 수류탄을 가지고 나간 뒤 종적을 감춘 퇴역 군인이 18시간 만에 검거됐으나 수류탄 9발의 습득 경위가 석연치 않다.

강원 철원경찰서는 남자 문제로 다툰 전 처를 수류탄으로 위협하고 야산으로 달아난 이모(50)씨를 붙잡아 수류탄 습득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검거 당시 경찰은 수류탄 안전핀을 뽑아든 이씨와 20여 분간 대치·설득한 끝에 수류탄 1발을 회수했다.

회수된 수류탄은 곧바로 군부대 폭발물 처리반에 인계됐으며, 불발탄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가지고 있던 수류탄은 1970년대 미군이 사용하던 M26 수류탄으로 녹이 슨 상태였다.

앞서 경찰은 이씨가 전 처와 함께 살던 집에서 8발의 수류탄을 회수했다.

이에 따라 이씨가 술에 취해 전 처를 찾아가 남자 문제로 다투다가 협박용으로 사용한 수류탄은 모두 9발로 확인됐다.

수류탄을 들고 종적을 감춘 이씨의 사건은 18시간여 만에 무사히 마무리됐으나 때아닌 수류탄 소동에 철원지역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씨는 무려 9발이나 되는 수류탄을 어떻게 입수했을까.

이씨는 검거 직후 경찰에서 “수류탄은 민통선 인근에서 버섯을 캐다가 발견해 신고하려고 보관하고 있었다”며 “술에 취해 전 처와 남자 문제로 다투다가 홧김에 수류탄을 가지고 갔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수류탄 습득이나 취득 경위 등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수류탄을 무려 9발이나 한 곳에서 무더기로 습득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씨는 2009년 음주 교통사고로 불명예 전역하기 전까지 철원지역의 군부대에서 육군 상사로 근무했다.

경찰은 이씨가 수류탄을 습득했다고 주장하는 민통선 인근에서 현장 검증을 통해 이씨 진술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설령 누군가가 민통선에 버려둔 수류탄을 이씨가 무더기로 습득했다고 하더라도 폭발력 있는 인명 살상용 수류탄에 대한 군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7월 22일 오전 5시 30분께 철원군 동송읍 관우리 인근 육군 모 부대 내 연병장과 탄약고 사이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20대 부사관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당시 숨진 부사관은 탄약관리 규정을 어긴 채 수류탄 1발을 탄약고에서 꺼내와 스스로 투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해당 군부대 부사관과 중대장은 정직과 감봉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군부대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소지한 수류탄에 녹이 슬어 고유번호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9발이나 되는 수류탄이 규정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민통선에 있었는지 등을 경찰과 합동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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