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무산 위기…정치권으로 공 넘어가나

노사정 대타협 무산 위기…정치권으로 공 넘어가나

입력 2015-04-08 17:42
업데이트 2015-04-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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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 복귀 가능성은 열어둬…”눈높이 낮추고 시간 여유 갖고 추진해야”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화 결렬 선언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대타협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정 대화마저 결렬됨에 따라 노사정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사정이 끝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노동시장 구조개선 문제가 결국 정치권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국노총이 노동계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면 대화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혀 대화 재개 가능성은 남아있으나 핵심 쟁점들에 대한 협상 주체 간 의견 차가 워낙 커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대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석 달 넘은 노사정 대화 ‘공염불’ 우려

한국노총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의 결렬을 선언했다.

김동만 노총 위원장은 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노총이 내놓은 5대 수용불가 사항 등과 관련해 정부와 사용자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협상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 선진화를 목표로 정부와 노동계, 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석 달 넘게 추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가 무산될 위기를 맞게 됐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해 말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대한 기본합의문을 채택하고 올해 3월을 시한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임금·근로시간·정년’, ‘사회안전망’ 등 3대 현안을 논의키로 했다.

석 달 간의 협상 과정을 통해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완화, 사회안전망 확충 등 일부 현안에서는 합의가 이뤄지는 듯했으나,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제정’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두고 노사정 간 극심한 의견 차이가 발생해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정부는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합리적 기준과 명확한 절차에 따라 해고할 수 있게 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핵심 안건으로 제시했으나, 노총은 해고를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한 취업규칙 불이익 요건도 노총은 절대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또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안건으로 두 사안을 계속 고집하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결국 이날 노총의 대화 결렬 선언으로 대타협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 대화 끝내 중단되면 국회로 공 넘어갈 듯

노총은 이날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김동만 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철회하고 노총의 핵심요구들을 받아들인다면 언제든지 노사정 대화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혀 당장은 극단적 투쟁으로 치닫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정부 입장에서 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총이 내세운 5대 수용불가 사항은 ▲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업무 확대 ▲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주 52시간제 단계적 시행 ▲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 임금체계 개편이다.

이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을 이루는 사안들로서 이를 철회한다는 것은 구조개선 추진 자체를 포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5대 수용불가안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노총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노사정 대화의 재개 가능성은 희박하며, 이 경우 공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노사 양측의 주장이 담긴 공익위원의 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에서 이를 논의해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률를 개정하고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제정 등 행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를 취하는 시나리오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와 노총의 협상 여지야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자체 법안을 내 국회로 올라가면 국회에서 여야가 이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수순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 노사 극한대립 우려…”눈높이 낮추고 타협 모색해야”

국회로 공이 넘어갈 수 있지만, 이는 노사의 극한 대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노사정 대화의 취지가 노동계와 정부, 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노사가 공생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자는 것인데, 국회로 공을 넘기는 것은 이를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미 대화 재개가 불발될 경우 강력한 춘투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총은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으면 협상에 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6일 전국단위노조대표자대회 및 총력투쟁 출정식, 5월1일 노동절 전국노동자대회 등을 잇달아 열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 “노사정위원회를 앞세워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밀어붙이려던 정부의 목적은 7부 능선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며 한국노총과 연대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의지를 내비쳤다.

국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법안이 쉽사리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법안마저 국회로 넘어오면 여당으로서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안 통과에 필요한 추진력을 쉽사리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극한 대립을 피하고 노사정 대화 재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3월말로 못 박았던 시한에 연연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물밑 접촉을 벌여 양측의 공감대를 넓힌 후, 구체적인 의제 설정 과정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수순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정 협상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노사정 논의 과정에서도 너무 타협 시한을 촉박하게 설정하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며 “협상 결렬 얘기마저 나오는 만큼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 의제를 좁혀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원 전문가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임금피크제, 노동시간 단축 등도 한국 노동시장의 틀을 바꿀 수 있는 큰 주제들인데 너무 민감한 주제인 일반해고나 취업규칙까지 집어넣을 필요가 있느냐”며 “극한 대립을 불러올 수 있는 의제는 일단 배제하고 타협 가능한 구체적인 의제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대타협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익보다는 양보를 통해 서로가 뭘 얻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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