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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직전 위치보고 의무 안 지켜

세월호, 사고 직전 위치보고 의무 안 지켜

입력 2014-07-01 00:00
업데이트 2014-07-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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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후 보고의무 9차례 중 3차례만 이행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기 직전에 지났던 만재도 부근에서 당시 위치와 다음 지점 도착 시각, 항로의 상태를 운항관리실로 알리지 않는 등 안전운항 규정에 따른 위치 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항을 출발한 세월호는 추자도에 못 미쳐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기 전까지 총 9개 지점에서 해운조합 제주 운항관리실에 위치 보고를 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만재도 지점을 비롯해 팔미도, 초지도, 옹도, 상황등도, 허사도 부근 등 모두 6개 지점에서 위치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인천∼제주 항로를 이용하는 여객선은 인천항, 팔미도(인천), 초지도(〃), 울도(〃), 옹도(충남), 어청도(전북), 상황등도(〃), 허사도(전남), 대흑산도(〃), 만재도(〃), 추자도(제주), 화도(〃), 제주항 등 팔미도에서 제주항까지 총 12개 지점에서 제주 운항관리실에 위치 보고를 해야 한다.

여객선운항관리규칙 제6조는 ‘선장은 여객선이 정해진 위치 보고 지점 부근을 지날 때마다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현 위치 및 다음 지점 도착 예상 시간, 현지 항로의 기상·상태 등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일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최민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제출받은 세월호의 위치 보고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15일 오후 9시 인천항을 출항한 후 다음날 오전 8시 48분 급선회하며 서서히 침몰하기 전까지 어청도 지점(오전 2시 42분)과 대흑산도 북쪽 지점(오전 6시 6분) 등 2곳에서 제주 운항관리실에 무선으로 위치를 보고했다.

세월호는 앞서 15일 오후 11시 25분 울도 지점을 지날 때에는 전화로 위치를 보고하는 등 3개 지점에서만 위치보고 의무를 이행했다.

어청도 지점에서 세월호는 “감도 있습니까”라며 제주 운항관리실을 부른 뒤 약 2분간 교신을 이어갔으나 제주 운항관리실이 “감도가 좋지 않으니 10분 뒤 다시 한번 나와달라”고 말하자 교신을 끊었다. 제주 운항관리실은 이후 전화로 이 지점의 위치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세월호는 오전 6시 6분 대흑산도 북쪽 해상에서 위치보고 교신을 했다.

약 1분 10초간 이어진 이 교신에서 세월호는 “추자도 (오전) 10시 10분, 화도 10시 50분, 제주도 11시 45분”이라며 다음 지점 도착 예상 시간을 알렸다. 또 항로와 기상 상황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세월호 항적기록과 대조해 보면 이 교신이 이뤄진 시각 세월호는 흑산도 북북동쪽 37∼40㎞ 지점을 지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가 오전 6시 6분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관제 구역이 시작되는 흑산도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제주도 예상 도착 시각을 오전 10시 30분에서 갑자기 1시간가량 늦췄던 사실도 위치보고 교신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제주 운항관리실은 당시 세월호가 도착 시각을 늦춘 이유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교신을 끊었다.

세월호도 위치 보고에서 현지 기상 상황과 배가 몇 노트의 속도로 어떻게 이동해 갈 건지 등의 항로 상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세월호는 오전 8시 25분쯤 맹골수도로 19노트의 속력으로 진입하기 전 위치 보고 지점인 만재도 부근에서 당시 시각과 다음 지점 예상 도착 시각, 배의 상태를 비롯해 항로의 상황, 기상 상황 등의 위치 보고를 하지 않았다.

세월호가 만재도 지점에서 위치 보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보고를 받아야 할 제주 운항관리실은 세월호와 교신을 하지 않고 사무실 모니터에 뜬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기록으로 오전 8시 35분 세월호의 항적을 확인했다.

제주 운항관리실은 세월호의 위치 보고가 없었던 다른 지점에서도 세월호와 직접 교신을 해보지 않고 AIS 기록만으로 항적을 확인했다.

운항관리실은 여객선운항관리규칙 제5조(운항관리자의 보고의무)에 따라 위치 보고 지점을 지났는데도 선장의 보고가 없을 때는 관할 해양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고 후 제주 운항관리실은 세월호의 위치 보고 여부를 묻는 언론에 만재도 지점을 비롯해 초지도 등에서 무선 교신으로 위치보고를 받았다고 거짓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제주 운항관리실은 “그날 통신상태가 좋지 않아 교신이 어려웠으며 교신이 이뤄지지 않고 AIS 기록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위치보고를 받았다고 할 수다는 운항관리실 내부 운영 규정 있어 언론에 포괄적인 의미로 교신했다고 말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운항관리실의 내부 규정은 선장의 위치 보고가 없을 때 대처해야 하는 운항관리규칙의 운항관리자 의무와 서로 배치한다.

또 제주 운항관리실은 운항관리규칙에 인천 팔미도 지점도 위치보고 지점에 포함돼 있으나 관행에 따라 이 지점에서 여객선이 위치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여객선 운항 관리에 대해 법과 현실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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