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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한달-누가 뭘 잘못했나] 배 키워 화물 더 싣고 돈 벌 궁리만… 탐욕이 재앙 불렀다

[세월호 참사 한달-누가 뭘 잘못했나] 배 키워 화물 더 싣고 돈 벌 궁리만… 탐욕이 재앙 불렀다

입력 2014-05-15 00:00
업데이트 2015-02-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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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외면한 청해진해운

세월호가 침몰한 지 꼭 1개월. 희생자를 수습하는 슬픔 속에서 밝혀지고 있는 사고의 원인들은 국민들을 또 한번 분노케 한다. 선사는 수익에만 혈안이 됐고 해경, 해수부 등 관련 기관이나 선원 어느 누구도 안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침몰 당시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조에 나섰어야 할 해경이 어린 생명들이 갇혀 있던 배 안을 애써 외면하는 장면이 국민들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일본에서 선령 19년의 중고 선박을 사들여 무리하게 구조를 변경한 뒤 ‘세월호’를 만들었다. ‘사람 잡는 괴물’이 된 배의 탄생이었다. 증축을 통해 정원과 총톤수가 늘어났지만 배의 무게중심이 51㎝나 높아졌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세월호가 갑자기 40~60도 기울었다는 건 복원력이 없었다는 거다. 선주가 욕심을 부려 증축하는 바람에 무게중심이 위쪽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선급은 증축 검사에서 “선박 개조로 무게가 늘어난 만큼 화물 최대 적재량을 절반 이상 줄이고, 평형수는 2배 늘려야 복원력이 유지된다”는 조건을 붙여 증축을 승인했지만 선사 측은 이를 무시했다.

세월호의 적정 화물 적재량은 987t이었다. 하지만 3배나 많은 3608t의 화물을 실었으며 차량도 적재 한도보다 30대나 많은 180대를 태웠다. 이처럼 많은 화물을 실으면서도 고박(결박)장치는 허술했다. 컨테이너 4개의 모서리에 설치하는 ‘콘’(cone)이 단 2곳에만 설치돼 있었으며 ‘트위스트 록’(twist lock)으로 불리는 잠금장치도 없었다. 컨테이너들은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쓰러져 더 급속히 기울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복원력과 직접 관계있는 평형수 부족에 대해서는 중요한 증언이 나왔다. 지난달 초까지 청해진해운에서 근무한 한모씨는 “세월호는 규정대로라면 평형수 2023t을 실어야 하나 화물을 많이 싣기 위해 평소 600t 정도만 채우고 다녔다”고 밝혔다.

직원 안전교육은 너무 부실했다. 승무원 대부분이 입사 직후 외부기관에서 반드시 받아야 하는 기초안전교육조차 받지 않은 채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승무원 강모(32)씨와 김모(51)씨는 지난 3월 24일부터 5일간 인천해사고등학교에서 안전사고 방지, 사고 대응 매뉴얼 등을 가르치는 기초안전교육을 받았다. 강씨는 입사 10개월째였고, 김씨는 8개월째였다. 강씨는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승무원이 입사하고 한참이 지난 뒤에 기초안전교육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승무원들은 선사 측이 교육받을 시간을 주지 않아 휴가 기간을 이용했으며 교육비 3만 5000원도 자체 부담했다. 김씨는 “무서운 회사였다. 이런 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선사 측은 직원들의 이직이 잦자 새로 입사한 직원들을 곧바로 현장 업무에 투입하곤 했다. 1등 항해사 신모(34)씨는 입사 당일 채용서류도 작성하지 않은 채 세월호 운항에 나섰다. 운항관리규정에는 모든 선원이 10일마다 해상안전훈련을 하도록 돼 있지만 승무원들은 검찰 수사에서 “소화훈련을 3번 정도 받은 것 말고는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청해진해운의 지난해 교육연수비는 54만원에 불과했다.

승무원들의 급여도 다른 여객선사보다 30~40%가량 낮아 ‘불만을 싣고 다니는 배’와 같았다. 선사 측은 고령의 직원들에겐 작업수당 등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이 든 사람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기술직 선원 15명 가운데 항해사·조기수 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50대 중반~60대다. 계약직 채용이 잦다 보니 기술직 중 8명이 입사 6개월 미만이었다. 한 전직 선원은 “회사에 대한 불만만 가득한 선원들에게 직업윤리는 물론 사고 수습에서 적극적인 책임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사 측이 인건비와 교육비를 아끼는 대신 직원 처우와 안전교육에 신경 썼더라면 사고 대응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세월호 사고는 선주 유병언(73) 일가의 탐욕이 모든 것을 삼킨 ‘블랙홀’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정정 및 반론 보도문] 위 기사와 관련해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2014-05-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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