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변호사, 성폭행 피해 아동 조사하고 받은게

女변호사, 성폭행 피해 아동 조사하고 받은게

입력 2013-03-16 00:00
업데이트 2013-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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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성폭력 국선변호사
김도희 성폭력 국선변호사
“진술녹화 조사를 마치고 대기하는 동안 아이가 색종이를 접더니 저에게 건넸어요. 고맙다면서 선물을 주는 거라고 하더군요. 해맑은 아이의 모습에 사건을 맡으면서 쌓였던 고달픔이 눈녹듯 사라져버렸어요. 제가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KCL의 김도희(39·여) 변호사는 왜 이런 일을 하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김 변호사는 국선변호사에 지원하게 된 이유를 묻자 “특별한 사명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선변호사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평일에는 로펌에 소속돼 다른 업무를 진행하다가 주말이면 아이들을 위해 일해야 했다. 해바라기 아동센터, 경찰병원 원스톱지원센터, 법원, 검찰청 등 발품을 팔면서 아이들이 조사받는 자리에 함께하고 관련 서류들을 준비했다. 혹시나 아이들이 가해자과 대질하는 일이 없도록 방지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그렇게 지난 1년간 한달에 1건 이상을 맡으면서 모두 17명 아이들의 변호사로 일했다.

“변호사님 없이 재판을 받았으면 무죄가 나더라도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했을 거예요. 덕분에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돈을 드리고 싶은데 죄송합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피해 아이의 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그는 “그날 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내내 울었어요. 지금까지도 계속 가슴에 간직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건을 맡을 때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과 보람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후회 없이 일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성범죄 사건의 경우 재판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이나 부모가 또 다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가해자 측에서 아이들이나 부모를 탓하거나 재판과정에서 가족들에게 배척되기도 하지요.”

아직은 시행초기인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빨리 자리 잡아 아이들이나 부모가 2차 피해를 당하는 일이 줄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는 15일 김 변호사를 비롯해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피해자들 권익보호에 기여한 신진희(43·여), 이미화(48·여), 유승언(36·여), 이수연(38·여) 변호사와 조범진(31) 공익 법무관에게 감사장과 감사패를 전달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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