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법 대신 형법 누범 가중…징역 10년 이상인데 7년만 선고
서울 중곡동 주부 살해범 서진환(44)씨가 과거 법원의 잘못된 법 적용 때문에 3년 이상 일찍 출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서씨가 출소 9개월 만에 범행을 저지른 점에 비춰 당시 법 적용을 제대로 했더라면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서씨에게 2004년 6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앞서 서씨가 강간치상죄로 징역 5년을 받고 출소한 지 3년 이내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을 고려해 형량을 가중했다.
하지만,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일반 형법을 적용해 누범 가중을 잘못하는 실수를 했다.
특강법에 따라 징역 5~15년인 서씨의 형량이 장기(최고형)는 물론 단기(최소형)까지 전부 가중돼야 하는데 형법의 누범 가중을 적용하다 보니 단기는 가중되지 않은 것이다.
즉, 제대로 누범 가중을 했다면 징역 10~25년(유기징역 최고형은 25년)을 선고해야 하는데 징역 5~25년 사이에서 선택하는 바람에 징역 7년이 선고됐다. 결국 서씨는 하한형(징역 10년)보다 3년이나 낮은 형을 받아 일찍 출소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서울고법은 직권으로 누범 가중의 잘못을 지적하고 원심을 파기했다. 다만,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원심과 같은 징역 7년을 다시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
서씨는 형이 확정된 후 2011년 11월 출소했고, 9개월 뒤인 지난해 8월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제대로 형을 선고했더라면 2013~2014년에야 출소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작년에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을 테고 피해자의 죽음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 법조인은 “2004년 1심 판결의 잘못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검찰이 그 잘못을 알았더라면 항소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작년 8월20일 중곡동 주택가에서 30대 여성이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는 사이 집 안에 몰래 들어온 다음 그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