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폭파 협박’…시민은 불안하다

툭하면 ‘폭파 협박’…시민은 불안하다

입력 2013-02-15 00:00
업데이트 2013-02-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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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용시설 집중, 불특정 다수 범죄 노출

최근 툭하면 ‘폭파 협박’사건이 잇따라 발생, 시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폭파 협박은 백화점, 대형마트, 강원랜드, 방송국, 경찰서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집중돼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불특정 시민 다수를 볼모로 한 폭파 협박의 주된 동기는 ‘돈’과 관계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불만을 해결하려는 일탈적 욕구도 내재해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잇단 폭파 위협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14일 롯데백화점 전주점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한 백모(45)씨에 대해 공갈 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자살사이트 운영자임을 자처한 백씨는 지난 7일 “우리 회원들이 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백화점 고객들이)대피하면 (백화점을) 폭발시키겠다. 5만원권으로 10㎏(5억원)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실제 백씨는 자신의 협박이 장난이 아님을 알리려고 같은 날 오후 3시께 전주 효자공원묘지에서 훔친 승용차를 폭파시켰다.

이 때문에 설 연휴를 앞두고 당시 백화점 안 있던 3천여명이 2시간여 동안 불안에 떨었고, 백화점측은 상당한 영업 손실을 봤다.

전과 19범인 백씨는 경찰에서 “최근 아들이 대학에 편입해 아버지로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면서 “출소 후 생활고에 시달려 폭파 협박으로 목돈을 마련, 아들에게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주 백화점 폭파 협박범에 이어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 객장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50대도 경찰에 붙잡혔다.

김모(58)씨는 14일 오전 9시를 전후해 강원랜드에 3차례 전화를 걸어 “대한민국 게임장은 모두 불법이다. 카지노 객장을 폭파하겠다. 손님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라”고 협박했다.

협박전화를 받은 강원랜드측은 곧바로 112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이 긴급 출동하는 등 한동안 소동이 빚어졌다.

그러나 카지노는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하지 않아 객장에는 이용객이 없었으며 실제로 폭발물이 설치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 김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23분께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카지노 객장을 출입하면서 돈을 잃은데다 지난 4일 다른 손님과 마찰을 빚어 3개월간 출입제한 조치를 받았다.

강원랜드의 한 관계자는 “김씨가 출입제한 조치 등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썩은 사회를 고치려고 범행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8일에는 경북 경산에서 대형마트 7곳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천모(45)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천씨는 8∼일 경산시 중산동 A 대형마트를 시작으로 대구·광주·제주·영천·포항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같은 대형마트 7곳에 차례로 전화를 걸어 “불을 지르거나 폭파하겠다”고 협박했다.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천씨는 이 대형마트 하청업체 택배기사로 일하다 지난해 중순 해고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씨는 “해고 후 밀린 임금을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는데 들어주지 않아 협박전화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8일 오전에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에 여의도동에 있는 한 방송국 본사를 폭파하겠다는 한 남성의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성은 “방송국을 폭파하겠다. 박근혜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경찰이 발신자를 파악한 결과 부산 영도구에 사는 양모(47)씨가 전화를 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양씨가 시외버스를 타고 경남 마산 쪽으로 간 것을 확인, 수색에 나서 이날 오후 마산에서 검거했다.

정신질환(3급)을 앓아 현재 병원 치료를 받는 양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협박전화를 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손실…처벌 강화 목소리도

폭파 협박은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손해를 끼친다.

협박을 받은 전주 롯데백화점은 협박범의 요구대로 고객 대피를 미루고 군부대 폭발물 처리반과 함께 폭발물이 설치됐는지를 확인했다.

당시 백화점에는 영화관람객을 포함해 3천∼4천여명의 고객이 운집,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폭발물이 없는 것을 확인한 백화점 측은 1시간 30분가량이 지나서야 ‘백화점 안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으니 대피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갑작스런 대피 방송에 영문도 모른 채 밖으로 몸을 피한 고객들은 그제야 폭발물 협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모(61·주부·전주시 송천동)씨는 “처음에는 건물이 붕괴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빠져나오는 2분이 20년쯤처럼 길었다”면서 “다리가 후들거려 진짜 죽는 줄 알았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이 때문에 백화점 측은 설 대목인 7일 오후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이어 잠재적 공포에 휩싸인 고객들이 수일간 쇼핑을 자제하면서 막대한 영업 손실을 봤다.

백화점 측은 “정확하게 손실 금액을 따질 수는 없지만, 여느 명절과 비교하면 폭발물 협박 때문에 상당한 영업 손실을 본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폭파 협박에 경찰, 군부대, 소방서 등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 일반 사건·구조 등을 포기해야 하는 등 보이지는 않는 공권력·행정력 손실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손실에도 폭파 협박범에 대한 처벌은 매우 약한 편이다.

이 같은 손실에 국토해양부는 공항·항공기를 폭파하겠다고 협박 전화하는 사람에 대해 형사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하는 등 법적 대응을 강화키로 했다.

해마다 50건 안팎의 허위 협박전화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엄하게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전주 완산경찰서 오재경 형사과장은 “폭파 협박범에 대한 형량은 징역 10년 이하나 벌금 2천만원이지만, 초범인 경우 그 처벌이 매우 약하다”면서 “사회적 손실을 고려하면 형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 표적, 사회 안전판 필요

이처럼 자신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폭파 협박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실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대상이 뚜렷하면 범죄를 실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막연한 사회불만이나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한 극단적인 범행은 실천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위의 실제 사례에서 보듯 이들의 범죄 동기는 심한 생활고나 임금 체불, 사회 불만 등이다.

뚜렷한 정신병력이 없지만, 순간적인 충동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반사회적 범죄는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와 치열한 생존 경쟁의 현대 사회구조 속에서 개인의 욕구와 이상이 사회적 현실과 괴리를 빚은 데서 찾을 수 있다.

분노는 쌓여가지만, 분노를 조절하고 통제할 능력을 상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노성호 전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들은 폭파 위협을 하지 않았다면 납치 등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사회가 삭막해지면서 ‘돈’과 ‘권력’ 등을 강조하는 가치관이 최고로 평가받으면서 일반인의 소박한 가치는 점점 무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와 유사한 범죄자들을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묻지마식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정, 학교, 사회 모두 도덕성 회복이나 올바른 가치관 확립에 나서야 할 때 “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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