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책’ 1년…”뿌리내리려면 아직 멀어”

’학교폭력 대책’ 1년…”뿌리내리려면 아직 멀어”

입력 2013-02-06 00:00
업데이트 2013-02-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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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ㆍ학생변화 중시하고 처리 절차 간소화해야””교원 업무 경감, 처벌과 동시에 선도에도 신경써야”

“1년 동안 다들 조심해 학교폭력 문제가 조금 나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됩니다(강영훈 경감)”

”징계나 선도에 앞서 학교폭력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짚어보고 보듬어주는 조치가 필요합니다(이민홍 드라마 ‘학교 2013 감독)”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 종합대책 발표 1주년을 맞아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를 위한 공감 토론회’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와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대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교육 현장에서 뿌리내리려면 논란 사안을 보완하고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천 부원중의 교무부장인 박희나 교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실제 모든 학급에는 드라마 ‘학교 2013’의 오정호처럼 문제 학생이 꼭 1명씩 있다. 이런 학생을 변화시키려면 최소한 교사 2명에 학생 1명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공동체적 해법을 주문했다.

박 교사는 이어 “실제 접한 문제 학생들은 대다수 결손 가정에서 자라 남자아이는 아빠, 여자아이는 엄마와의 시간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기부 참여자나 학교전담경찰관이 이런 부모 역할을 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방황하던 제자가 학생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다시 학교생활에 충실해졌다”고 전하며 “교사들이 학생을 면대면으로 살피려면 교원 업무경감이 학생 생활지도로 이어지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SBS 다큐멘터리 ‘학교의 눈물’을 제작하면서 1년 동안 또래 괴롭힘 문제를 취재한 한재신 PD는 학교폭력 대처 절차를 간소화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현행 절차가 복잡하고 긴 탓에 담당 교사조차 혼란스럽고 피해ㆍ가해 학생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 대신에 어른에 대한 불신감만 갖게 된다는 지적이다.

고2와 중2 두 자녀를 둔 학부모 유명희씨는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교생활부기록부에 적는 정책으로 괴롭힘이 범죄라는 경각심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인성교육으로 소외받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학교 2013’을 연출한 이민홍 PD는 처벌과 훈계 조치 대신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를 촉구했다.

그는 “학생주임 선생님의 상담을 들으면 모두 옳은 지적이지만 학생을 선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청소년의 시각을 이해하고 사건의 원인과 환경을 분석해 공감을 얻는 선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전담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강영훈 경감은 다중인격 질환 때문에 ‘귀신이 씌었다’는 말을 듣던 아이를 경찰청 최면 전문가까지 섭외해 치유한 사례를 소개하며 학생과 학교, 경찰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전담 경찰관의 목적은 처벌이 아닌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다. 학교 20곳 당 1명인 현행 정원을 10곳 당 1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구본용 민간위원(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장)은 학교폭력에 대한 타율적 규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초 사안의 시급성 때문에 작년 종합대책에 징벌 규제가 강조됐지만 이제는 또래상담이나 체육활동 등이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건대부고 백송희 학생은 “학생자치법정, 또래상담 등을 통해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폭이 넓어졌다”며 “또래상담이나 블루밴드 캠페인 등이 1회성으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잘 안 나타나겠지만 후배들과 함께 장기적으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교육계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 발표 1년을 돌아보면서 다양한 보완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논란이 뜨거웠던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에 대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성명에서 “교과부는 학생부 기재가 가해학생에 대한 이중처벌이자 반인권적이라는 교육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리하게 시행, 가해학생은 물론이고 피해학생에게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학은 또 “집단따돌림 등 신체적인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 폭력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을 뿐더러 오히려 교묘해지고 있다”며 “ 처벌위주의 정부종합대책으로는 학생들 간의 관계에서 오는 정신적 폭력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교총은 성명에서 “교원들은 정부 대책 중 가장 효과있는 대책으로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를 꼽는다고 밝혔다.

다만 “교원들은 학교현장에서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대책 추진에 가장 큰 장애로 ‘학생개별(생활)지도 어려움’을 꼽고 있다”며 “2차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결과가 학교의 현실을 대체로 잘 반영하고 있지만 추후 실태조사에서는 학교현실 반영도를 더 높여야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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