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받은 날 어떤 일이’ 의원실 관계자 증언

’돈봉투 받은 날 어떤 일이’ 의원실 관계자 증언

입력 2012-02-09 00:00
수정 2012-02-0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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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주고받은 뒤 ‘박희태 돈’ 메모해둬””카트위 비닐쇼핑백에 노란봉투 여럿 있었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오후 한나라당 모 의원실 관계자 A씨는 혼자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의 빈 의원실을 지키고 있었다.

보통 의원실에는 문 입구에 경리직원이 앉아 있지만 그날은 직원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안경을 쓴 남성이 의원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A씨에게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A씨가 신원을 밝히자 이 남성은 A씨에게 노란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이 남성은 A씨에게 “친전(親展)입니다. 의원님께 꼭 전해주십시오”라고 말하고는 수령인 확인차 A씨의 명함을 요구했다.

자신의 명함을 건네 준 A씨는 낯선 남성의 명함도 요구했다. 이 남성에게서 받은 명함에는 ‘국회의원 김효재 보좌관 ○○○(이하 K씨)’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로 명함을 교환한 뒤 A씨는 의원실 문밖까지 나가 K씨를 배웅했다. 문밖에는 K씨를 따라온 남성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국회에서 서류를 나를 때 흔히 쓰는 카트를 끌고 왔으며 카트 위에는 대형 마트에서 사용하는 비닐 쇼핑백이 올려져 있었다.

A씨가 쇼핑백 안을 힐끔 들여다보니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은 노란 서류봉투가 여러개 담겨 있었다.

의원실로 돌아온 A씨는 서류 봉투를 자세히 살펴봤다. 봉투는 스카치테이프로 봉해져 있었고 안에 든 것은 종이 재질로 된 크지 않은 물건으로 보였다.

’돈이 든 것이 아닐까’라고 직감한 A씨는 칼로 봉합부의 투명 테이프를 잘라냈다.

서류봉투 안에는 하얀 봉투가 들어있었으며 이 봉투를 열자 1만원권을 100장씩 묶은 돈다발 세 뭉치와 당시 경선에서 한나라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박희태 현 국회의장의 명함이 나왔다.

돈을 받았다고 확인한 A씨는 얼른 돈과 명함을 하얀 봉투에 집어넣고 이를 다시 노란 서류봉투에 넣은 다음 처음 받았을 때처럼 스카치테이프로 봉해 자신이 모시는 의원 책상 위에 놓아뒀다.

A씨는 ‘나중에 문제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K씨의 명함에 ‘박희태 돈’이라고 적은 다음 명함첩에 넣어뒀다.

한동안 이 사실을 잊고 있었던 A씨는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돈 봉투 의혹이 잇따라 보도되자 K씨의 명함을 떠올렸다.

한참 동안 옛 명함첩을 뒤적인 A씨는 결국 K씨의 명함을 찾아냈다. 자신이 직접 적어뒀던 ‘박희태 돈’이라는 네 글자도 적힌 그대로였다.

A씨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연합뉴스에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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