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퇴진 후 日 우경화 우려… 면밀히 살펴야”

“간 총리 퇴진 후 日 우경화 우려… 면밀히 살펴야”

입력 2011-08-19 00:00
업데이트 2011-08-19 00: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DJ 2주기 추도식 참석 강상중 도쿄대 한국인 교수 1호

강상중(61)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1998년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동포로서 처음 일본 도쿄대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뿌렸다. 강 교수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이 열린 서울 동작구 현충원의 현충관 한편에 부인과 함께 있었다. 30여분간 선 채 각별한 마음으로 고인을 추도했다. 추도식 뒤 30여분간 함께 걸으며 그를 인터뷰했다.

이미지 확대
●대학시절 모국 방문 ‘뿌리’ 깨달아

그의 이름은 나가노 데쓰오였다. 초등학교 4, 5학년 때 주변으로부터 한국 사람이 아닌가 하는 시선을 받고 뿌리에 대한 마음의 압박과 사회와의 부조화를 겪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말수가 적어졌다. 재일동포의 배경이 드러나는 역사 시간은 고통이었다. “왜 내 부모의 조국은 갈라져 싸우는가. 나는 어느 곳에도 귀속될 수 없는 역사의 쓰레기인가.”라며 고민했다.

와세다대 정경학부에 재학 중이던 1970년대 초. 어머니의 고향 경남 진해를 방문했을 때 ‘반(半)쪽바리’인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고향 사람들을 대한 후 “내 뿌리가 여기 있구나.” 하고 깨닫고는 이름을 강상중으로 바꿨다. 같은 대학 재일동포 학생이 자신의 하숙집 앞 신사에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 분신자살한 것을 본 뒤 “나의 조국, 나의 뿌리를 똑똑히 보자.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다짐하게 됐다.

재일동포 차별은 대학 졸업 후에도 계속됐다. 독일 유학 후 대학 강사 자리를 얻기도 어려웠다. 글을 모르는 부모님이 “같은 일본인이라고 전쟁으로 내몰 때는 언제고 하루아침에 외국인이라고 지문날인을 하란 말인가.”라고 한 말이 가슴을 울렸다. 타국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했던 부모님의 비통한 역사를 알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것이 재일동포 2세로 사는 그의 숙제가 되었다. 세상 일에 대해 본격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갈라진 조국을 원망했다. 부끄러웠다. 그런데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은 “나에게, 재일동포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기대감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새로운 조국이 다가온 듯했다는 것.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낸 김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감정을 갖게 됐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 퇴임 뒤 여러 차례 그를 면담했다. 내년 추도식에도 오겠다고 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로서 조국에 대한 희망도 절절했다. 우선 남북 긴장 완화를 기원했다. 그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남북 긴장이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통일이 이뤄진다면 세계에 한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경제 외수 의존도 줄여야”

조국의 경제 체질 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이번 위기 때 한국 증시의 하락 폭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컸다. 걱정된다. 내수를 키워야 한다. 외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경제가 환율 변동에 지나치게 출렁거리는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고용 안정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일본의 우경화도 우려했다. “간 나오토 총리가 물러난 뒤 대연립정권이 탄생할 경우 평화헌법이 개정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지진을 겪은 일본이 우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국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동아시아의 안전을 담보할 장치가 마련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서울신문 애독자라는 그는 16일 서울에 와 이날 오후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2011-08-19 25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