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담당 佛 의사 “누구인지 모르고 진료했다”
“2008년 김정일은 의식불명 상태였으며 목숨이 위태로웠다.”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을 극비리에 치료했던 프랑스 파리 생트안 병원의 신경외과장인 프랑수아 자비에르 루 박사가 19일(현지시간) AP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전말을 공개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루 박사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여러 환자들의 진료 차트를 넘겨받았다. 루 박사는 북한 의료진에게 진단을 해 주고 치료법을 조언해 줬다. 대부분은 경미한 상태였으나 유독 한 사람이 위험한 상태였다. 루 박사는 문제의 환자를 직접 봐야겠다고 버텼다. 수시간 뒤 북한 의료진의 허가가 떨어져 만난 사람이 바로 김정일이었다.
루 박사는 추가 치료를 위해 그해 9~10월 다시 평양을 찾았다. 그는 “이때 김정일은 자신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등 매우 논리적인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미래를 매우 걱정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섞어 말하던 김정일은 친불(親佛) 성향을 숨기지 않았다. 루 박사는 “그는 프랑스와 정치적 관계를 수립하고 싶어 했고, 프랑스 영화와 와인에 굉장히 해박해 매우 놀랐다.”고 했다. 루 박사와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의 차이점을 놓고 토론할 정도였다. 루 박사가 김정일을 치료할 당시 막내아들 김정은도 병상을 자주 지키곤 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1-12-21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