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남편 옥바라지한 부인도 유공자입니다”

“독립운동 남편 옥바라지한 부인도 유공자입니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8-08-28 21:04
업데이트 2018-08-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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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

여성 독립운동가 202명 발굴 사업 주관
투옥된 가족 보살핀 박애신 여사 찾아
“부족한 기록·증언으로 인정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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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이 28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한평생 독립운동가를 위해 희생한 여성도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받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이 28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한평생 독립운동가를 위해 희생한 여성도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받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독립운동을 하던 남편을 위해 옥바라지를 하며 평생 희생한 부인은 어떤 포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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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신 여사. 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 제공
박애신 여사.
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 제공
박 여사의 남편인 의열단 김태규 선생의 서대문 감옥 수감 사진.(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 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 제공
박 여사의 남편인 의열단 김태규 선생의 서대문 감옥 수감 사진.(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
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 제공
정부는 지난 15일 202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찾아내 이 중 26명에 대해 서훈을 수여했다. 발굴 사업을 주관한 이정은(64) 사단법인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은 28일 “남편이나 시아버지를 포함한 독립운동가를 위해 밥을 하고 옷을 기웠으며, 독립운동을 떠난 남편 대신 만주땅을 개간한 여성의 노력이 독립운동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한평생 희생한 여성을 독립운동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면 ‘위대한 여성상’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발굴을 넘어 독립운동을 지원하느라 희생한 여성도 사각지대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이사장은 이번 발굴 작업에서 찾아낸 박애신(1900년생) 여사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박 여사는 1919년 3월 9일 독립운동가 김태규 선생과 혼인했다. 파리평화회의에 기미독립선언서를 전달하는 데 관여한 시아버지 김병농 목사와 남편이 서대문 형무소에 연이어 갇히면서 옥바라지를 했다. 출옥한 남편은 몇 개월 후 상하이 임시정부의 안동교통부(국내 거점과 비밀 연락 업무)에 들어갔다. 의열단 등에서 활약하면서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이 이사장은 “부부의 마지막 만남은 김태규 선생이 갓난아이가 보고 싶으니 미상의 역 플랫폼에 아기를 안고 서 있으라고 기별을 했던 것”이라며 “김 선생이 기차를 타고 가며 먼발치에서 부인과 아기를 바라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여사는 독립운동가 인정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그는 정부가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나선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이사장은 보훈처의 용역공모사업에 따라 연구진을 꾸려 지난 1월 12일부터 4개월간 발굴을 진행했고 202명을 찾아냈다. 정부는 지난 15일에 훈장과 포장을 받은 26명 외에도 향후 검증을 통해 오는 11월 순국선열의 날, 내년 3·1절 등에 차례로 서훈을 수여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발굴 과정에서 애로사항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 독립운동 기록을 들었다. 그는 “문헌이나 증언을 찾고자 4개월 발굴 기간에 2개월은 족히 헤맨 것 같다”며 “전체 독립 유공자 중 여성이 2%에 불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보훈처가 3개월 옥고를 치러야 한다는 독립유공자 기준을 ‘실질적인 독립활동 여부’로 변경하면서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빛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립기념관 내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에서 수석 연구위원을 지낸 이 이사장은 2012년 퇴임을 하면서 대한민국역사문화원을 설립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8-08-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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