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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12·28 합의’ 재협상 시사…관계 정상화에도 방점

문 대통령 ‘12·28 합의’ 재협상 시사…관계 정상화에도 방점

강경민 기자
입력 2017-12-28 13:26
업데이트 2017-12-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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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공식 불인정’ 대외 천명…사실상 재협상 수순 문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로 꼭 2주년을 맞은 ‘12·28합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이는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로 규정됐던 이번 합의에 대해 사실상 재협상 수순을 밟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것이어서 외교적으로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합의 TF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전날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최종 보고서 내용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기존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한·일 국가간 합의를 공식 부정하고 나오는 데에는 그만큼 이번 합의가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이는 역사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사실상의 ‘이면합의’로 보여지는 비공개 합의 부분이 존재했음에도 이전 정부가 이를 지속적으로 부인한 데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현실로 확인된 비공개 합의의 존재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고 지적했다.

사실 전날만 해도 청와대는 위안부 합의 TF 결과에 공식 논평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보고서가 지적한 사항들을 의미있게 평가하면서도 이것이 한일관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직접 TF활동 결과를 보고받고 참모들과 협의를 거쳐 기존 합의를 부정하고 다시 협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분명히 정했다. 인권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 특유의 소신과 함께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기본원칙을 도외시한 이번 합의를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에 따라 기존 합의의 처리 방향은 사실상 재협상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피해자 의견청취를 중심으로 정부의 후속조치가 모색될 것으로 보여진다.

문 대통령은 “또 한 번 상처를 받았을 위안부 피해자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정부는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 아래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엇보다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 당사자들 입장이 배제됐고 국민의 여론이 배제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피해자 의견청취 결과와 함께 학계 등의 자문을 얻어 재협상의 방향을 잡은 뒤 일본 정부와 외교적 교섭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다만 역사문제와는 별개로 한일관계 정상화는 별개의 ‘투트랙’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그것대로 재협상 수순을 밟아나가되, 안보분야를 중심으로 한 한일관계 정상화는 별도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역사는 역사대로 진실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다뤄갈 것”이라며 “동시에 저는 역사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너무나 확고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한반도 위기상황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일 차원의 대북 공조가 가장 긴요하다는 상황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번 입장문 발표는 결과적으로 현 정부가 기존 정부간 합의를 부정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한일관계 경색 등 외교적 후폭풍이 매우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 양국이 ‘셔틀외교’를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당분간 스톱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불참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내에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하는 것도 현실화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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