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지도체제 5개월째…“조직 추스르고 제1야당 노선 확립해야”

대선 패배로 9년2개월여만에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조직 재정비에 나선다.

일단 이번 대선의 패인을 따져보는 데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곧 ‘대선 백서’ 작성에 착수할 예정이다.

홍준표 전 후보의 24.03% 득표율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당 지지율을 웃도는 득표율에 의미를 두는 시각과 좌우 대결구도에서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한 중진 의원은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희망을 봤다면 그 불씨를 살려야 하고, 실망스러웠다면 반성하고 거듭나야 한다”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당을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새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전당대회부터 서둘러 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이정현 전 대표의 사퇴 이후 인명진 전 비상대책위원장, 정우택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으로 이어진 임시 지도체제가 오래 가선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정 권한대행이 남아 전대를 치르거나, 새 원내대표를 뽑아 전대를 치르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새 원내대표를 뽑을 경우 4선 의원 가운데 계파색이 옅은 김정훈 의원이나 한선교 의원 등이 거론된다.

전대는 이르면 6월, 늦어도 7월에는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선의 패인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보수 진영의 분열이 지목된 만큼 ‘통합형·혁신형 리더십’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또 “조직을 추슬러 보수 지지층의 결속력을 높이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야당으로서 노선을 확립할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한 핵심 당직자는 말했다.

한국당이 이번 대선에서 영남권에 갇힌 형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수도권·충청권 출신이 주로 후보군에 거론된다.

우선 정 권한대행이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고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의 나경원·홍문종 의원, 충청권의 정진석 의원도 전대 출마 예상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패장’ 홍준표 전 후보의 의중과 행보가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홍 전 후보에 대해선 자신의 언급대로 “무너진 한국당을 복원”하고 득표율 2위를 기록하는 등 분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적인 보수 지지층을 바닥에 깔긴 했지만, 후보조차 내기 어렵다던 당내 사정을 고려할 때 ‘숨은 보수’를 투표소로 끌어낸 점은 저력으로 꼽힌다.

다만 원외 인사로서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해 홍 전 후보가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권에 직접 도전하기보단 재·보궐선거나 내년 지방선거로 재기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다.

당내 세력 재편 과정에서 바른정당을 떠난 ‘복당파’와 홍 전 후보가 당원권 정지를 해제한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량급 인사들이 주로 포진하긴 했지만, 복당하자마자 또는 징계가 풀리자마자 목소리를 높일 경우 당내 갈등만 커진다는 비판을 한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