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98세 할아버지, 두 딸에게 65년만에 ‘꽃신’ 약속 지켜

<이산상봉> 98세 할아버지, 두 딸에게 65년만에 ‘꽃신’ 약속 지켜

입력 2015-10-25 15:17
수정 2015-10-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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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바라보는 아버지가 65년 만에 두 딸과의 약속을 지켰다.

구상연(98·충남 논산시 채운면) 할아버지는 25일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에서 북측의 딸들에게 준비해온 꽃신을 전달했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둘째인 25일 오전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을 기다리는 구상연(98) 할아버지가 두 아들 형서(42,가운데), 강서(40)씨와 함께 북측에서 온 두 딸에게 전달할 선물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둘째인 25일 오전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을 기다리는 구상연(98) 할아버지가 두 아들 형서(42,가운데), 강서(40)씨와 함께 북측에서 온 두 딸에게 전달할 선물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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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할아버지와 동행한 둘째 아들 강서(40)씨는 “꽃신을 개별상봉 때 전달했다”면서 “그런데 두 분은 별다른 말이 없으시더라”고 전했다.

헤어질 때 각각 6살, 3살이던 북측의 딸 구송자·선옥 씨는 어느덧 71세와 68세의 할머니가 돼 있었다.

구 할아버지는 65년 전 헤어질 때 두 딸에게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갑자기 북한군에 징용되는 바람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구 할아버지는 “1950년 9월 16일, 그때가 추석이었는데 갑자기 황해도 월장에 있는 광산에 간다고 오후 4시까지 월장항에 집결하라고 하더라. 사실 그게 인민군 모집이었던 건데, 당시 나는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른이 넘어 군대 갈 나이도 아니고…. 그렇게 월장에 있는 항으로 가면서 딸과 헤어졌다”고 덧붙였다.

이후 인천상륙작전 후 미군에게 포로로 잡혀 거제포로수용소로 보내졌다.

이번 남측 방문단 최고령자 중 한 명인 구 할아버지는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거동은 불편한 상태지만, 딸들에게 줄 꽃신만은 품에 꼭 품고 금강산을 찾았다.

구 할아버지의 큰아들 형서(42)씨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누나들에게 예쁜 신발과 옷감을 사주라고 얘기를 하셨다”고 귀띔했다.

두 딸은 전날 단체상봉 때 첫 만남에서 아버지에게 나란히 큰절을 올렸다.

북에 두고온 구 할아버지의 아내는 1959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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