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천AG 첫 접촉 중 돌연 퇴장…기싸움 벌이나

北, 인천AG 첫 접촉 중 돌연 퇴장…기싸움 벌이나

입력 2014-07-18 00:00
업데이트 2014-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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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제공’ 요구에 ‘국제관례’ 언급 南에 불만 가능성 대규모 선수단·응원단 파견으로 ‘평화공세’도 예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17일 열린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단은 예상보다 큰 규모의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담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북측은 오전 10시15분 시작된 첫 전체회의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파견할 선수단과 응원단의 규모가 350명씩 총 700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파견된 총 650명(선수단·응원단 포함)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북측은 선수단은 서해 직항로를 통한 항공편으로, 응원단은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되 만경봉-92호를 인천항에 정박시켜 놓고 숙소로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역대 최대의 파견 인원에 그야말로 ‘육·해·공’을 모두 포함한 이동 경로를 제안한 것은 대대적인 규모의 대회 참가를 통해 최근 무력시위와 동시에 펼치는 대남 ‘평화공세’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우리측 한 회담 관계자는 “북한에서 ‘큰 규모’로 보내겠다고 해서 선수단이나 응원단 모두 300명 정도 얘기할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이날 북측이 제시한 규모가 우리측 예상을 약간 넘었음을 시사했다.

1차 전체회의가 오전 11시30분에 끝난 후 2차 전체회의가 시작된 오후 4시15분까지 5시간에 가까운 긴 공백이 있었던 것도 북측의 예상보다 큰 참가 규모 제안에 대한 우리측 내부 논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접촉에서 우리측은 북측이 제안한 선수단 및 응원단의 규모와 이동 방식, 경기진행, 신변안전보장, 통신보장 등 대부분 사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의견 청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후 들어 북측이 돌연 결렬을 선언하면서 접촉은 아무런 성과없이 파행하고 말았다.

2차 전체회의에서 우리측 대표단은 북측이 오전에 밝힌 선수단 중 임원과 선수의 비율, 응원단 중 취주악대의 규모 등을 자세히 반복해서 물었지만, 북측 대표단은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은 채 나중에 서면으로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이어 잠시 정회했다가 재개된 3차 전체회의에서 북측은 갑자기 우리의 태도를 ‘회담 파탄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하고 퇴장했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북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북측은 “오늘 회담은 결렬”이라고 언급해 차기 접촉 가능성은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이날 우회적으로 드러난 선수단과 응원단 비용 분담 문제에 대한 이견이 결렬의 사유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측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응원단과 선수단 파견과 관련해 ‘제반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례를 볼 때 이는 사실상 선수단과 응원단 체류 비용을 대부분 지원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측은 “국제관례와 대회 규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문제는 협의가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다른 모든 참가국처럼 선수단과 응원단 체류 비용을 북한이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이 비용 부담 문제에 있어 우리측이 애초 예상보다 뻣뻣한 자세로 나오자 돌연 다른 부분을 걸고 넘어지면서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 추가 실무접촉을 대비해 ‘기싸움’을 먼저 걸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회담 관계자는 북측이 ‘국제관례’라는 표현에 자극받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꼭 그런 것도 관련이 안 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회담 진행방식이나 여러 가지가 북한 입장에서 장애를 조성하는 것으로 인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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