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박근혜에게 “미안하다” 사과한 이유는

김정일, 박근혜에게 “미안하다” 사과한 이유는

입력 2011-12-20 00:00
업데이트 2011-12-20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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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김정일과 단독회담..”솔직하고 거침없어”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인연’이 깊다.

‘2세 정치인’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지난 2002년 서로 만나 남북한의 현안을 논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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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13일 방북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김 위원장이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2년 5월 13일 방북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김 위원장이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2007년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김 국방위원장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자서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 준비를 하던 박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이사로 재임하던 유럽-코리아 재단으로부터 3박4일 일정의 방북 제의를 받았다.

그 해 5월10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박 비대위원장은 다음날 김 국방위원장이 예정에 없이 내준 특별기 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북한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박 비대위원장이 머물렀던 백화원 영빈관의 방은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머문 곳이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과 김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은 5월13일 이뤄졌다. 김 국방위원장이 백화원 영빈관을 찾아왔고, 두 사람은 관내 별도의 회의실에서 속기사 한 명만 배석한 가운데 한시간 가량 단독회담을 가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저서에서 김 국방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인사말을 주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 국방위원장이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한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 국방위원장은 “당시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습니다.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다 응분의 벌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김 국방위원장의 화법과 태도는 인상적이었다”고 적었다.

박 비대위원장이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설치를 제안하자 김 국방위원장은 흔쾌히 동의했다.

부실공사 논란이 인 금강산댐에 대한 공동조사단 구성 제안에도 김 국방위원장은 “북남의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만들어 조사해봅시다”라고 동의했고, 박 비대위원장의 ‘남북한 철도 연결’ 구상에도 강한 긍정의 뜻을 보였다고 박 비대위원장은 술회했다.

대화가 끝나갈 즈음 박 비대위원장이 답방에 대한 뜻을 묻자 김 국방위원장은 “적당한 기회에 가겠다. 방문하면 박정희 대통령의 묘소도 참배하겠다”고 답했다.

만찬 도중 김 국방위원장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비사도 소개했다고 박 전 대표는 자서전에 적었다.

이에 따르면 7ㆍ4 공동성명 발표 직전 남북간 교섭 과정에서 북측 대표가 “남과 북이 함께 몇 만 명의 군대를 줄이자”고 제안하자, 박정희 대통령이 “그것은 안되겠다. 북측은 8만명을 줄여도 호루라기 한번 불면 간단하게 다시 모이지만, 남쪽은 그렇지 않다. 남쪽은 호루라기를 부르고 꽹과리를 친다고 해서 쉽게 다시 수를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한국행 비행기로 돌아올 생각이었던 박 비대위원장은 “굳이 먼 길로 돌아가실 필요가 있습니까. 판문점을 통해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는 김 국방위원장의 ‘깜짝 제안’에 따라 나흘간의 방북을 마치고 판문점을 통해 귀국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후 북한이 금강산댐 공동조사를 문의하고 6ㆍ25전쟁 당시 실종된 군인을 찾자는 제의를 해온 점 등을 거론하며 “김 국방위원장은 서로 마음을 열고 이끌어낸 약속들을 가능한 모두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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