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6자회담 재개 흐름

꿈틀거리는 6자회담 재개 흐름

입력 2010-09-11 00:00
업데이트 2010-09-11 14:0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천안함 이후 교착국면에 빠졌던 6자회담 재개 흐름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회담 재개의 선결조건을 놓고 날카로운 기싸움을 벌이던 북.미 양국이 점차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대화의 장(場)을 모색하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단초는 남북관계다.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先)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하자 북한이 이에 호응하는 제스처를 보이는 형국이다.

 북한이 지난 4일 우리측에 수해지원을 요청한데 이어 10일 추석을 기한 이산가족 상봉을 갖자고 제의한 것은 이런 흐름을 또렷이 보여준다.

 커트 캠벨 미 동아태 차관보가 바로 전날 워싱턴에서 “진전이 있으려면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조치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데 대한 ‘화답’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는 결국 남북관계의 해빙을 매개로 북.미 양국이 서로 대화테이블에 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특히 천안함 이후 미국과 함께 대북 강경기조를 이끌어온 한국 정부가 최근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는 듯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미.중을 중심으로 한 6자 내부의 ‘보이지 않는’ 교감과 막후조율을 거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바꿔 말해 6자 각국이 회담재개의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나서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의 중재역에 주목하는 시각이 나온다.중국이 최근 김정일 방중과 우다웨이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대표의 6자회담 관련국 순방이라는 두가지 카드를 통해 6자 내부의 교감을 형성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우다웨이 순방을 통해 한.미.일.러에게 “북한을 설득할테니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김정일 방중을 통해 북한에게는 “남북관계개선을 비롯해 주변국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관측이다.

 특히 남북관계를 고리로 한 대화재개 모색은 중국측이 제시하고 있는 3단계 프로세스 또는 이에 근거한 ‘새로운 제안’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다시 말해 ‘남북관계 개선→북.미접촉→6자 예비회담→본회담’ 수순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다 결정적으로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유연해진 태도가 최근 기류변화의 주된 동인이 되고 있다.‘제재와 대화’의 투트랙 기조의 방점이 아직은 제재 쪽에 가있지만 서서히 대화 쪽으로 이동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이는 천안함 이후의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고 최대과제인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일정조건에서 대화와 협상의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관여(engagement)정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상황인식이 조심스럽게 모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가 북.미대화와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에서 다소 물러나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6자회담 재개여건이 조성되면 북.미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유연해진 태도 속에서 그간 공조스탠스를 취해온 우리 정부의 대응기조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일 “남북관계를 적절히 해나가려 한다”고 발언한데 이어 10일 러시아에서는 “남북관계가 정상적 관계로 가기를 바란다”,“제2 개성공단을 만들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미.중을 중심으로 6자내부의 변화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특히 6자회담 재개를 놓고 당초 △천안함 사과.반성 △선(先)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던 데서 한걸음 물러나 “북한의 전반적 행태를 평가한 이후 회담 재개를 논의한다”는 쪽으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이런 맥락에서 12일 서울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순방은 6자회담 재개의 풍향을 예고하는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내용이 없을 것”이라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지만 보즈워스 대표의 ‘방한 보따리’에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전향적 메시지가 담겨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현재 북.미간에 뉴욕채널 등을 활용한 비공식 접촉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북한이 추가로 우호적 조치를 취한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북.미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대화 재개냐,제재 유지냐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온 ‘한.미 대 북.중’의 대립각은 크게 무뎌지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